양병무 재능교육 대표 "사장은 회장처럼 직원은 임원처럼 … 교사들이 '재능이 대세'래요"
“일선 교사들이 먼저 ‘재능이 대세’라는 말을 할 정도로 조직에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학습지에 펜 끝을 대면 영어 발음이나 해설이 나오는 ‘스스로 펜’이 대박을 치면서 노조의 불법 행위로 침체됐던 회사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계기가 됐죠. 이제 해외 시장 개척과 공부방 사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때가 됐습니다.”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56·사진)는 “아이들이 학습지를 공부방에 와서 풀면서 공부 습관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공부방 사업은 특히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표 취임 이후 내실을 다지느라 경쟁 업체에 비해 공부방 사업 출발은 늦었지만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이미 공부방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2001년 ‘수필과 비평’지를 통해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학자로만 지내던 그가 재능교육 대표로 취임하며 경영자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양 대표는 “전공 분야인 노동경제학과 기업의 인재 육성(HR)을 실제 경영에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마음이 설레기도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박성훈 회장 이하 임직원들을 믿고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취임할 때 다섯 가지 경영 전략을 정하고 그 실행 방안으로 ‘소통’을 제시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생각했던 걸 실제로 이행하되, 진정성을 갖고 현장 직원들과 함께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양 대표가 취임 당시에 했던 말들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온 것도 13개월 연속 회원 수 순증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첫 번째 전략은 ‘~처럼 운동’이다. 사장은 회장처럼, 임원은 사장처럼, 직원은 임원처럼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창업자인 박 회장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처럼 직원들도 그런 자세를 가지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양 대표의 평소 좌우명인 ‘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이가 찾아온다는 말이다. 그는 “사장은 임원들을, 임원은 실장과 총국장 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부터 잘해주면 그들이 아랫사람에게 잘해주게 된다”며 “따뜻한 기운이 아래로 퍼져나가도록 하면 일하는 게 흥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T자형 인재가 되자’ ‘상하좌우로 말문이 트이는 十자형 소통을 하자’ ‘합쳐서 100점이 되는 협동의 조직을 만들자’ 등을 제시했다. 양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다른 사람을 통해 채움으로써 개인은 80점일지라도 조직은 100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5대 전략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말씀’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양 대표는 이 ‘좋은’ 전략들이 실제로 행해지기 위해선 대표부터 우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달 가장 좋은 실적을 낸 현장으로 찾아가는 ‘찾아가는 시상식’, 대표가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알리는 ‘사장의 행복이야기’ 등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찾아가는 시상식’은 최우수 교사를 배출한 조직을 찾아가 포상하고 현장 교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다. 그는 취임 이후 이 시상식과 매달 2회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학습지 교사 연수에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사장의 행복이야기’ 역시 80여회에 이르기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양 대표는 “‘행복이야기’는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임원은 물론 중간관리자에서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직접 통화를 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소통이 잘 되는 것은 물론 현장 분위기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과 교사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기업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처럼 직원과 교사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지원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재능교육은 외국에서 학습법을 도입한 다른 브랜드와 달리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학습법을 개발한 순수 토종 교육기업”이라며 “최근 초·중등 교육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자기주도학습’을 1977년 창업 당시부터 꾸준히 지향해 왔기 때문에 콘텐츠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 재능교육의 분위기에 대해 그는 현장에서 뛰는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세 가지 말로 표현했다. ‘재능이 대세’ ‘아직도 재능을 안 하세요’ ‘재능을 만나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집니다’가 그것이다. 양 대표는 “세 가지 모두 제가 먼저 꺼낸 말이 아니라 방문하는 현장에서 들은 얘기들”이라며 “행복이야기를 통해 사내에 알렸을 뿐인데 이제는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 됐다”고 말했다.

‘재능이 대세’라는 말은 경동(서울 동부)지역 총국에서 처음 나왔다. 지난 4월 최우수 사업국이 된 뒤 5월에 가진 간담회에서였다. 오평선 총국장은 간담회에서 “재능교육 회원 수가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경쟁 업체들이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재능이 대세’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곧바로 그 스토리를 행복이야기에 담았다. 사내 게시판에는 순식간에 교사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홍종미 교사는 “재능의 대세를 경영진이 이끌었다면, 스스로펜의 대세는 교사들이 하겠다”고 했고 이영경 교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양 대표는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지면 아이들을 대하는 눈빛과 태도가 달라지고 아이들도 좋은 영향을 받게 되고 선생과 아이가 함께 ‘신나게’ 공부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습지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회원 수가 늘어나고 있으니 교사들 사이에서도 ‘돌파구가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