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리본' 캠페인에 화장품·속옷회사가 나서는 이유
지난 10월 서울 청계천 일대와 남산타워 등지에서는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이 열렸다. 미국 시민단체 코멘재단이 1991년 유방암을 이겨낸 환자들의 가슴에 분홍색 띠를 달아준 것에서 시작된 핑크리본 캠페인은 한국에서도 시민단체는 물론 주요 대기업까지 나서 각종 행사를 열 만큼 큰 행사가 됐다.

미국에서는 200여개 기업이 매년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한다. 기업들의 참여가 늘면서 이 캠페인이 브랜드 이미지 등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소비자의 84%가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발병률을 낮추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 단순한 공익 캠페인을 넘어 기업가치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는 사회적 마케팅으로 발전한 것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의 성공 사례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공익 연계 마케팅을 진행 중인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들은 화장품 속옷 등 여성이 주 고객층인 제품을 위주로 캠페인을 전개해 자연스럽게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또 항암치료제나 유방암 조기진단기 등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참여함으로써 기업 활동과 캠페인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들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 에스티로더는 매년 10월 각국의 유명한 건축물이나 유적지에서 분홍색 조명을 밝히는 행사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메리카에어라인은 분홍색 무늬를 넣은 핑크리본 비행기를 운항해 관심을 끌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기업은 물론 고객과 임직원, 정부, 비영리단체에도 이익이 되는 활동을 통해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기업은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고객과 임직원은 공익활동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얻는다. 정부와 비영리단체는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 의료비용을 줄이고 연구비 등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양한 형태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마라톤대회 점등축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캠페인도 활발하다. 미국에서 공익운동의 성격이 강했던 핑크리본 캠페인은 한국에서는 수술비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사업에 중점을 두는 등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고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를 유지한 게 핵심이다. 유방암 조기검진과 예방에 중점을 뒀던 초기 활동과 달리 최근에는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를 위한 사후 관리까지 캠페인의 내용이 확장됐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작은 리본 하나로 시작된 활동이 전 세계적 규모의 사회적 마케팅으로 확산된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공헌활동과 공익 마케팅을 고민 중인 기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통해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낸 핑크리본 캠페인의 성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신혜정 <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ulia.shin@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