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그룹 부회장(48)이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최 부회장은 1일 오전 9시55분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변호인단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과의 공모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자금 일부를 빼돌린 뒤 선물투자와 관련 손실 보전에 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1000여억원이 SK해운 출신의 무속인 김원홍씨(50·해외 체류)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SK그룹 상무 출신인 김준홍 베넥스 대표(46) 차명계좌와 베넥스 관계사 자금세탁을 거쳐서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자금세탁은 김 대표가 경영컨설팅업체 등 베넥스의 일부 관계사에 돈을 빌려줬다 돌려받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실제로는 이 돈을 김원홍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원홍씨는 최 회장의 5000억원대 자금을 선물에 투자했다 3000억원대 손해를 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최 부회장이 차명 보유한 비상장 주식 6500여주를 액면가의 700배인 주당 350만원에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베넥스 자금 25억원을 자신의 장인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의 검찰 조사에서 횡령·배임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최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51)으로부터의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8일에는 SK그룹 재무팀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지만 이들도 베넥스 투자와 관련해 최 회장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부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 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