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국내 대기업 연구원과 중국 기업 직원 등 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원 이모씨(36), LG디스플레이 연구원 김모씨(37), 중국 A사 전략기획부장 김모씨(39)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발표했다. 또 중국 A사 전략기획실 직원 2명과 A사 법인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은 최신 LCD와 아몰레드 관련 핵심 영업기밀이며,특히 아몰레드는 올 한해 세계시장 규모가 4조7천억원(42억 달러),내년 9조5천억원(86억달러)으로 전망돼 세계가 탐내는 기술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 기술의 일부 기밀만 넘어가 중국 기업에서 상용화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연구원 이씨는 지난해 12월 연구실에서 최신 LCD 핵심기술을 클린용지(먼지가 나지 않도록 만든 용지)에 메모한 후 주머니에 넣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회사 밖으로 빼냈다. 빼낸 자료는 부인 명의 이메일을 통해 한국인인 중국 A사 김 부장에게 넘겼다. 이 기술은 LCD 생산원가를 낮추고 고해상도의 플렉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연구원 김씨는 지난 1월 연구실에서 5.5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세부공정과 원가가 담긴 사업계획서를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어 A사 직원 부인 명의의 메일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몰레드는 유리판에 바른 유기물이 전기 자극을 받으면 직접 빛을 내 얇은 두께에 선명한 화질을 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 연구원과 김 연구원은 국내 동종 업계에서 근무하며 알게된 중국 A사 김 부장으로부터 A사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이같이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2003년 국내 동종 업체의 자회사를 인수해 핵심기술만 빼간다며 ‘먹튀’ 논란을 빚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전략기획실 직원 20여명 중 절반가량이 국내 기업 연구원 출신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유출된 기술은 피해 업체에서 각각 40억원, 40~6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확보한 기술로 모든 공정의 기술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면 국내 업계에 큰 피해를 줄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중국 A사가 전직을 미끼로 조직적으로 국내 경쟁업체 연구원을 포섭한 것으로 보고 A사 법인까지 입건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수원=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