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던 자신의 부회장 승진설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로비에서 이건희 회장을 기다리면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와 관련된 몇 가지 언급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2011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3시 20분께 서초동 사옥을 찾았다.

이 회장이 도착하기 전 이 사장은 "인사와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며 "어떻게 하면 회사가 내년도에도 (경영을) 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고, 승진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닌데"라고 승진설을 부인했다. 엄격한 인사 시스템을 갖춘 삼성에서 사장 승진 1년 만에 또 다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 역시 로비에 도착,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승진은 없다. 현재의 위치와 역할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승진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애플과의 특허공방 와중에 팀 쿡 애플 CEO를 단독으로 만나 부품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을 봤을 때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사장과 비슷한 연배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이미 부회장에 올랐다는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날 이 회장은 연말 인사 방침에 대해서는 예년과 다름없이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단행한다고 밝혔다. 잘한 사람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고, 못한 사람은 누르겠다는 말이다.

내년도 경영 계획에 대해서는 "경제가 항상 어려우니 더 긴장해야 한다"며 "특히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는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갤럭시S2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 최경록 수석을 비롯한 9명의 직원이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1직급 특별승진과 함께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