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3대 주주인 HI컨소시엄까지 하이마트 지분을 공동 매각키로 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 합의한 후 하룻만에 발표된 내용이라 파장이 더 크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영권 리스크'는 해소되겠지만 새 주인 찾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대두됐다고 진단했다.

1일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은 이번 하이마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이마트를 재탄생 시키기 위해 유진기업(지분 31.34%)과 선 회장(17.37%), HI 컨소시엄(8.88%)이 보유지분을 공동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은 공개매각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유진그룹 측은 "이번 경영권 사태가 합의되는 과정 중 봉합보다 그 이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서로 감정적으로 치달으며 너무 골이 깊어 불안한 동거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유진과 선 회장 모두 책임있는 경영자로서 신뢰가 훼손된 상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 측도 "이러한 결정은 경영권 리스크를 없애 고객과 주주의 불안을 해소하고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사주 부분은 원하는 직원의 경우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동반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이러한 결정은 향후 '경영권 리스크'가 끊임없이 불거질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 회장이 각자대표 체제에 합의했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 회장이 합의를 했다고 해도 경영권을 둘러싼 위험요소를 계속 안고갈 수 밖에 없었다"며 "합의가 됐다고는 하지만 지분 싸움이 향후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새 주인을 찾는게 주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불확실성이 발생한 만큼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기업은 유통 부문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공표해 놨던 만큼 하이마트 매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이 급박하게 결정돼 세부내용은 차차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 매각 방식에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선종구 회장이 주주로서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나설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지금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에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하이마트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면서 증폭됐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유진그룹은 이사회 안건을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변경해 선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하이마트 측은 나머지 70%의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임장 대결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양측은 주총과 이사회를 하루 앞둔 전날까지도 '경영권 7년 보장'을 두고 날선 공방을 지속해왔다.

지난달 30일 임시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직전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각자대표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지만, 양측이 지분을 공개 매각키로함에 따라 새로운 불확실성이 떠오르게 됐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