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때 외화 조달…'금융 안정' 역할 강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

지난 9월 취임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대내외적으로 일관되게 강조하는 말이다. 법이 정책공사에 부여한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 같은 그의 경영 방침은 최근 △글로벌 본드 발행 성공 △차별화된 중소·중견기업 지원 △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매각 등의 성과로 구체화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달 정책공사가 10년물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해 7억5000만달러를 조달한 점이다. 당시만 해도 국제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수용 논란으로 요동쳤다. 정책공사는 자금 수요가 풍부한 미국시장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외화를 조달,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로위크 파이낸셜아시아 등 국제금융 전문지들은 정책공사의 본드 발행 성공을 다룬 기사에서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의 불안 속에서도 발행 타이밍을 적절하게 포착했고,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5년 내외의 만기가 보통인 다른 한국물과 차별화해 10년 만기의 채권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정책공사가 시중은행을 중계금융회사로 활용, 중소·중견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온렌딩(On-lending) 지원액도 10월 말까지 4조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지원 목표 3조3000억원을 이미 초과했다. 정책공사는 내년부터는 중계금융회사 수를 지금의 15개에서 17개로 늘려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 사장은 사회공헌활동 방식도 차별화했다. 정책공사가 최근 전국의 모든 상업계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4억원을 기부한 뒤 도서·산간벽지, 농어촌 지역 등 전국 191개 상업계 고등학교에서 1명씩 추천받아 200여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책공사 관계자는 “소외계층인 상업계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