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 '골머리'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물가는 뛰고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경기 둔화에 따라 실질 소득이 줄고 있어서다. 특히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 분할 상환을 앞둔 주택담보대출자와 원금 상환기한이 돌아온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자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년엔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내년 경영의 화두로 ‘자산건전성 강화’를 내걸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3분기 1.06%로 2분기(0.96%)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도 0.73%로 전년 동기(0.59%) 대비 0.14%포인트 뛰었고, 하나은행은 3분기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높아진 0.28%를 기록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이다.

집단대출이 24조원이나 되는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76조원 가운데 17조원이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43조원 가운데 24조원, 신한은행은 46조원 중 21조원, 하나은행은 전체 30조원 중 13조원이다.

때문에 은행권은 대부분 만기일시상환 대출을 연장해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11월 한 달간 만기가 도래한 집단대출을 제외한 만기일시상환 대출 2155억원 가운데 72.2%인 1556억원의 대출이 상환이 안 돼 재연장해줬다. 하나은행도 9월 기준 만기일시상환된 대출은 960억원에 불과한 반면 재연장해준 대출은 9018억원으로 9.3배가 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재연장해주고 있으나 이마저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은행권이 대출을 재연장하면 금융당국의 예대율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3년까지 은행권의 예대율 비율이 90%대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대출자들에게 대출을 재연장해줄 경우 신규 대출을 할 수 없게 된다.

거치기간의 한도가 찬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의 대출도 부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2006년 연 5.5% 금리로 10년 만기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3년 거치기간 중엔 이자만 45만8000원을 내도 되지만 거치기간이 끝나면 129만원을 내야 한다.

모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거치 기간이 끝난 대출자의 원금분할 상환 대출 연체가 급증해 전체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늘고 있다”며 “거치 연장기간을 전체 대출 기간의 3분의 1로 제한된 것을 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으로 신도시 분양아파트 등에서 벌어지는 분양자와 시공사의 분쟁으로 신규 연체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