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아, 내 후계자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내 아들 정일아 애석하게도 넌 나의 후계자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죽은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보낸 가상 편지도 소개했다. 내년이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 착안해 북한의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이 편지에는 실망, 걱정 등이 담겨 있다.

김일성은 “정일이는 현실도피주의자들과 지내기를 좋아하고 그의 패션감각은 다른 세상 사람 것 같다”며 “바닷가재와 레드 와인을 그렇게 좋아하니 통풍이 너를 괴롭히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썼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를 묘사한 것이다. 또 김정일이 앓고 있는 많은 병이 인민의 굶주림 속에 홀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한 데 따른 필연이라는 비유도 담고 있다.

그는 또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이 되는 해”라며 “내가 하늘에서 내려와 땅딸막한 손자 김정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너 대신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화폐개혁과 해외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인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하면서 김정일에게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묘사는 그를 김일성과 비슷한 이미지로 만들어 우상화까지 승계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풍자한 것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남한 동지들을 핵무기로 위협할 때조차도 초강대국들은 지원과 투자를 약속하며 우리의 변덕(비위)을 맞춰왔다”며 “나라의 번영을 이루는 일은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 두 체제’라고 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언급, 남북통일이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김일성 자신도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내가 죽은 1994년부터 인민들은 애도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단식을 해왔다”며 “내 아들이 인민의 배를 채울 식량에 돈을 낭비하는 대신 줄기차게 (나의) 기념비를 세운 것에 대해 인민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했다. 편지는 또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나라”라며 “내가 태어난 지 100주년을 맞는 내년 2012년 4월15일 전 세계는 북한 인민들에 대한 거짓말만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