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조프로그램 체계화 시급"
한국이 개발원조(ODA) 분야에서 중심 국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개발 아젠다를 주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를 지닌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조율사’ 역할을 맡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격찬했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경제력 대비 ODA 규모가 OECD 가입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개도국의 ‘모범생’에서 선진국의 일원으로 당당히 올라서려면 ODA 규모를 늘리고 개도국에 경제 성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국형 원조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일 기획재정부와 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ODA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억6800만달러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0.12%를 기록했다. 이는 유엔 권고 기준인 0.7%는 물론 OECD 국가 평균(0.32%)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GNI 대비 ODA 비율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OECD에 가입한 34개국 가운데 26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속한 24개국 중에서는 꼴찌다. 최근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도 지난해 한국보다 많은 0.99%(28억6700만달러)를 개도국 등에 지원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은 “GNI 기준 세계 10위에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해외 원조 규모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ODA 사업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분산,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ODA 사업을 시행 중인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2009년 현재 39곳에 달했다.

차문중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각 지자체들이 원조 대상국 도시들과 자매 결연을 맺고 직원 연수를 실시하는 것도 ODA 공식 통계에 포함된다”며 “이를 굳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해당국 입장에서는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처별로 추진하는 ‘한국형 원조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