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살아있다] "新사업 하려면 기존 사업 접을 수밖에…"
KCC는 지난 6월 경기 여주공장을 증설해 하루 300t 규모의 최첨단 차량용 안전유리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하지만 ‘무늬만 증설’이다. 여주지역이 공장 신·증설이 사실상 금지된 ‘자연보전권역(수도권정비계획법)’에 속해 있는 탓이다.

이 회사는 신규 라인 증설을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사업성이 떨어져 폐쇄한 무늬유리 생산라인 면적에 맞춰 증설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인근이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수익성을 따져 선별적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올가미는 이 회사의 중장기 사업계획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건축 기자재에서 태양광 등 첨단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KCC는 올초 경기도 용인에 있는 KCC중앙연구소와 여주공장, 안성을 잇는 첨단벨트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경기도 안성에 201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LED(발광다이오드)와 태양광용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으로 만든 결정체), 웨이퍼를 만드는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안성 산업단지 부지도 분양받았다.

하지만 이 계획 역시 여주공장 증설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운반비 절감 등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여주의 판유리 공장 인근에 태양전지용 유리제조 공장을 지으려는 계획이 무산된 탓이다.

태양광이 첨단업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첨단업종을 늘리면 비수도권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옮겨갈 것으로 우려한 비(非)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에 떠밀린 지식경제부는 태양전지용 유리제조업을 첨단업종에서 제외해 버렸다.

KCC는 결국 두어 달 만에 첨단벨트 구축 계획을 접었다. 이 회사는 다른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