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와 미국 대기업들의 탐욕을 비판하며 지난 9월17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73일간 진행됐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실상 종료됐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바탕으로 시작된 시위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거나 의제를 설정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이다.

지난달 15일 시위의 진원지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된 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로스앤젤레스(LA)와 필라델피아 시위대는 30일 새벽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LA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던 시청 앞 잔디밭에 1400명의 병력을 투입해 해산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200명이 체포됐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LA 시위대는 뉴욕 시위대 해산 후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농성을 이어왔다.

필라델피아 경찰도 이날 새벽 시청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시위대를 해산했다. 일부가 경찰의 해산 지시에 불응해 가두시위를 벌이다 5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지만 역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점령지’ 두 곳이 와해됨에 따라 월가 점령 시위는 3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때 주코티 공원에 수천명의 인원이 집결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월가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모순을 종식시키겠다는 다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시위의 목표가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때문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목적의식도 분명치 않은 월가 점령 시위보다는 보수진영의 조세저항 운동인 ‘티파티 운동’이 훨씬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일부 시위 주도자들은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일단 해산했지만 전술만 바뀌었을 뿐 시위는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날씨가 풀리는 내년 봄에는 시위가 되살아나고,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내년 여름에는 대규모 시위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