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정부 재정 지출이 당초 계획보다 훨씬 늘어날 게 뻔하다. 이미 기초노령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결정으로 월 11만2000원으로 증액된 마당에 무상 보육도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5세 이하 아동으로 전면 확대됐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재정이 1조900억원가량 더 든다고 한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다른 복지 지출을 줄이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으니, 정부가 고스란히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안보다 복지 지출을 3조원, 민주당은 10조원 늘리겠다는 계획을 진작부터 밝혀온 만큼 재정 지출은 가면 갈수록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민주당이 다시 돌아오면 내년 예산을 입맛대로 주무르는 국회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예산안은 내년 총지출을 326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5% 늘려잡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92조원으로 올해보다 6.4% 증액됐다. 기획재정부는 그나마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억제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를 올해의 절반인 마이너스 1%로 줄이려 한다. 이렇게 총지출을 통제해야만 2013년엔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재정지출을 마구 늘리게 되면 이런 계획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복지 지출이 한 해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해가 갈수록 누적적으로 늘어날 것이니 결국 증세를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소득세도 올리고 법인세도 인상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한껏 높아지는 상황이 올 것은 필연적이다.

이미 올해도 국회는 2일까지로 규정된 법적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겼지만 이런 것은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 당 저 당이 예산안을 멋대로 비틀고 지출을 경쟁적으로 끼워넣어 재정적자 규모를 키워놓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막지 못하면 나중엔 손도 쓰지 못할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한다지만 정작 정치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