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현 한국이사협회 명예회장·사진)은 1일 “기관투자가들이 이사 선임과 경영권 승계 등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적정한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수탁자 자본주의와 주주권’이라는 주제의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제는 기업을 개인의 사익이나 주주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한국의 대기업들은 과거 개발시대에는 개인 기업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다중 소유에 의한 시장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국내 기업들 중에는 여전히 불공정한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며 “경영 능력이 의심스러운 3, 4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수관계인의 불공정 내부거래를 방지하고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를 억제하는 것은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과제”라며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내부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승인을 보다 철저히 하도록 하고 계열사와의 거래가 일정 비율 이상일 경우 이를 구분회계하고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징벌적 처벌을 강화해 부당 내부거래와 같은 ‘반칙’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창업 2, 3세들도 개인의 단기 이익보다는 회사와 사회의 장기적인 공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대해, 정순섭 서울대 교수가 ‘주주권과 집합투자자의 신인의무’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권대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이 패널 토론을 벌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