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최고가…12월 출발이 좋다
유럽 공포를 떨친 증시가 대장주 삼성전자를 앞세워 화끈하게 올랐다.

12월 첫날 코스피지수는 1900선을 가볍게 돌파하면서 3.72%(68.67포인트) 오른 1916.18로 장을 마쳤다. 오는 9일 유럽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박스권 흐름을 보였던 증시는 G2(미국 중국)가 동시에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는 소식에 급반등했다. 코스닥지수도 0.71%(3.52포인트) 오른 496.33으로 마감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965억원과 633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쌍끌이’에 나섰다.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71억원의 차익매수세가 유입됐다. 선물시장의 급등으로 장중에는 2009년 1월28일 이후 처음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왕의 귀환’, 삼성 분위기 달구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시장 분위기를 달궜다. 삼성전자는 이날 6.97%(7만원) 오른 107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은 중국 인민은행이 3년 만에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한 게 가장 큰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끝내고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신호로 풀이됐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철강 금속업종지수가 6.18% 급등한 것을 비롯해 전기·전자(5.82%) 화학(4.83%)이 가파르게 올랐다. 증권업종지수도 8.42% 치솟았다. 미국과 영국 일본 스위스 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에 몰린 유럽 은행들에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도 증시를 함께 밀어올렸다.

◆드러난 호재 vs 감춰진 악재

중국과 미국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문제는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증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럽 정상회의 등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은 사태 봉합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기대하고 있지만, 남유럽 국가의 채권 가격 하락과 독일 등 주요국의 정치적 딜레마 등은 만만찮은 복병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유럽 악재의 강도가 약화되고 중국과 미국 쪽 호재 강도가 힘을 얻고 있다”며 “연말이나 늦어도 연초에는 2000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랠리가 재현되기 위해서는 유럽 위기 해결책의 키를 쥔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8일 ECB의 기준금리 결정과 9일 유럽 정상회의가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프로그램 순매수 지속성은 변수

수급 면에서는 이날 장을 받쳤던 프로그램 매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프로그램 매매가 폭발적으로 유입된 것은 선물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선물 가격 차인 베이시스가 급격히 개선되자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차익 거래가 집중됐다. 다만 현물 수급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는가는 미지수다. 프로그램을 제외한 외국인의 개별 주식 순매수는 본격적인 ‘컴백’ 을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수 여력을 우려하는 진단도 나온다.


◆ 사이드카

sidecar.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제도. 선물 가격이 전날 종가보다 5%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해 1분간 계속될 때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킨다.

손성태/김유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