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를 앞두고 미국산 자동차의 할인공세가 시작됐다. 지난 5월 한·EU FTA 공식 발효를 앞두고 볼보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인하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드코리아는 이달부터 일부 차종에 대해 FTA 관세 인하분 100만~200만원을 선할인해 주기로 했다. 준대형 세단인 ‘포드 토러스 SHO’는 5240만원에서 연말 프로모션 200만원과 FTA 할인 2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깎아준다. 중형 세단인 ‘포드 퓨전’은 FTA 할인 200만원을 합쳐 총 600만원을 할인, 차값이 3570만원에서 2970만원으로 내려간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링컨’의 SUV 모델도 5900만원에서 5200만원으로 700만원 할인된다. 포드 관계자는 “유럽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해 원가가 높은 준중형 모델 포커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차종이 FTA 선할인을 적용받게 된다”며 “내년 1월 협정 발효 이후 조정될 가격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내년에는 판매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5980만원짜리 대형 세단 ‘300C’를 200만원가량 할인해주고 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도 ‘랭글러’(4790만~5090만원)와 ‘그랜드체로키’(6390만~6590만원) 등을 100만원 할인해주고 있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크라이슬러와 지프의 2011년식 모델은 재고 물량이 지난달 모두 소진돼 연말 프로모션은 종료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내년 한·미 FTA 발효로 차량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12년식 모델은 이를 반영해 100만~200만원가량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의 가격할인 공세에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도 맞대응에 들어갔다. 일본차 중에서는 도요타의 ‘시에나’, 닛산의 ‘알티마’, 스바루의 ‘레거시’와 ‘아웃백’ 등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이 수입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0월 시에나 출시 당시 한·미 FTA를 염두에 두고 가격을 최대 500만원 낮춰 책정했다. 스바루는 이달 한 달간 레거시의 가격을 최대 550만원 깎아준다.

내년 미국에서 수입될 자동차의 가격 할인도 검토되고 있다. 닛산은 알티마의 가격 할인을 고려 중이며,내년 미국에서 생산되는 럭셔리 크로스오버차량(CUV) ‘인피니티 JX’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FTA 관세인하 효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내년 하반기 미국에서 생산되는 신형 ‘파사트’를 국내에 출시하고 당초 계획보다 2%가량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로 인해 시장 환경이 변한 만큼 미국차의 공세에 대비해 연말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한·미 FTA 수혜를 받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최진석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