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에 도착하기 10분 전인 1일 오후 3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이 회장을 영접하기 위해 서초사옥 로비에 모습을 보였다. 다음주 그룹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설이 돌고 있는 상황인 만큼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쏟아졌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번에 승진하나요’란 질문에 “제 인사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며 “어떻게 하면 회사가 내년에도 잘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이번 인사의 포인트는 제가 아니다. 삼성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인사는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밖에 안됐고 아직도 아버지인 이 회장에게서 배울 게 많다는 겸손함의 표현이었다. 잠시 후 이 회장이 도착해 “이재용의 부회장 승진은 없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그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삼성 내에선 이 사장이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하지는 않지만 이미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부터 삼성전자 CCO(최고고객책임자)와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연달아 맡으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삼성을 대표할 경영자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이 말한 것처럼 천천히, 순리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