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이부진은 되고 이재용은 안되는 까닭?

이재용, 전무→사장 승진한 이부진 사장과 대조적
삼성 "이재용 승진은 후계와 직결, 여건 무르익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자신의 부회장 '승진설'을 일축했다.

이 사장은 1일 열린 '2011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서 서초동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 며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인사는 순리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오너의 아들이라고 사장 승진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 특혜를 받는 일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누구나 인정할만한 성과를 통해 이건희 회장을 이어 삼성을 이끌 후계자임을 입증받겠다는 의지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이 사장의 승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승진은) 없다" 며 "현재의 위치나 역할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인사에서 파격 승진한데 비해 이 사장은 왜 그럴 수 없는지 궁금해 한다. 이 사장의 표현대로 삼성이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오너의 딸인 이부진 사장은 어떻게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나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고, 이 사장에게는 왜 이것이 적용되지 않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과 이부진 사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온도 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승진을 해도 호텔신라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고 보는데 반해 이재용 사장의 승진은 그룹 후계와 연결짓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 사장의 승진은 그룹의 핵심인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책임지는 승계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면서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계에선 이재용 사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이를 삼성의 후계구도와 연결시켜 해석하곤 했다. 이 사장 본인의 승진이 아닌 그룹 임원 인사 때도 '이재용 체제'를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많았다.

게다가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특검 등을 거론하며 이 사장의 후계 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비슷한 연배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05년 사장에 이어 2009년 부회장에 오른 것과 달리 이재용 사장의 승진 속도가 더디게 진행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