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장사나…'나이 어린 포터' 품귀
지난 1일 서울 장안동 중고차매매시장.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유종근 씨(55)는 시장 서쪽의 화물ㆍ승합차 매매상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둔 뒤 창업을 준비 중인데 화물차가 필요해 포터를 사러 왔다”며 “2008년, 2009년식은 제값을 준다고 해도 물건이 없어 2006년식이나 승합차를 사야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후 동생이 하는 채소가게를 함께 운영한다는 김광준 씨(54)도 “동생의 포터가 낡아 새로 바꾸려 한다”며 “새차는 한두 달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중고차를 보러 왔는데 매물이 없다”고 했다.

중고 포터가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활발해진데다 기존 자영업자의 교체 물량,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퇴직하면서 신규 창업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수요량이 공급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 게 중고차 업계 분석이다.

매매시장에서 만난 박성직 새론자동차 전무는 “2009년은 물론 2008년에 생산된 차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출시된 지 2~3년 된 물건은 ‘나이어린 것’이라고 부른다”며 “요즘은 나이어린 포터가 품귀라서 물량을 찾기가 어렵고 가격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 전문회사인 SK엔카에 따르면 2009년에 생산된 ‘포터 초장축 슈퍼캡 CRDi’는 지난 7월 1040만원에서 11월 1080만원으로 40만원 올랐다. 이 모델의 새차 가격이 1330만원이니 2년 지난 중고차와 새차의 차이가 250만원 정도다. 2008년식도 7월 920만원에서 11월 940만원으로 뛰었다. 임민경 SK엔카 팀장은 “보통 연말은 자동차 매매 수요가 줄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데 이렇게 오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포터를 찾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안동 중고차매매시장의 호가는 이보다 높았다. 신일종합자동차매매상사의 김길수 씨는 “2009년식은 상태가 양호하면 1100만원은 줘야 하고 2008년식도 1000만원까지 부른다”며 “이 돈을 준다고 해도 물건을 못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포터 매물은 대부분 2001~2006년식이었다. 김승영 부부카 사장은 “포터는 수출가격이 국내 판매가격보다 40만~50만원 높고 해외로 나가니 고객과 실랑이할 필요가 없어 상인들이 선호한다”며 “신규 창업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트럭 수출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에 따르면 중고차 수출물량 중 승용차와 승합차는 줄었으나 트럭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총수출 물량 21만3915대 중 12만9237대(60.4%)가 승용차, 2만9731대(13.9%)는 승합차, 5만4947대(25.7%)가 화물트럭이었다.

올해는 10월 말까지 총 19만8648대 중 화물 트럭이 5만7485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량을 넘어섰고, 전체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9%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새로 나오는 포터 신모델은 주문하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더 늘었다”며 “새로 창업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내년에도 중고 포터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