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한 범인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경남 진주갑)의 수행비서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은 재보선 때 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야당이 불리하리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당일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선관위 접속이 차단되면서 상당수 야당 성향 젊은 직장인들이 투표에 지장을 받았으리란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공격 배후를 추적하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선관위 홈피를 2시간 동안 마비시켜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정보보호법 위반)로 지난달 30일 최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모씨(27)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공씨는 선거 전날인 10월25일 밤 고향 후배이자 IT업체 대표인 강모씨(26)에게 연락해 “선관위 홈피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강씨는 국내에 있던 자사 직원 김모씨(27)에게 선관위 홈피를 공격토록 지시했다. 김씨의 회사 동료 황모씨(25)는 공격 진행 과정을 점검하며 김씨를 도왔다.

공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으나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달 28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동기·목적·배후, 공범 여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선관위 홈피와 함께 공격받은 박원순 야권통합후보의 홈페이지 사건도 이들의 소행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악성코드를 유포해 국가안보나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디도스 공격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일반 이용자들이 악성코드 감염이나 공격에 악용되지 않도록 정부나 보안업체에서 악성코드를 탐지·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것은 단순한 공무집행 방해를 넘어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협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도전하는 일”이라며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다.

김선주/허란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