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핵심인력은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들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원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간한 ‘2012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밝힌 내년 기업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다. 다국적기업으로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불황으로 구내식당을 찾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재택근무가 줄어드는 등 기업문화가 복고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족기업, 국영기업 등의 부상으로 미국식 상장기업 모델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력,풍요속 빈곤

이코노미스트는 “직장 생활은 인터넷이 발명되기 이전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 때문에 직원들이 외부에서 식사를 하기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은 물론 점심 시간에 자리를 오래 비워 상사의 눈총을 받는 일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의 귀환’은 기업들의 직원 평가기준 변화와 관련이 있다. 불황 때는 사무직 직원에 대한 제대로 된 성과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지키는 직원이 상대적으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택 근무자나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켜는 직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직장에 붙어있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기업들은 ‘핵심 인재’ 부족으로 고통받게 될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기업의 성장을 이끌 뛰어난 엔지니어와 마케터는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정보기술(IT)산업에서는 데이터 분석능력을 가진 인재 부족이 새로운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데이터는 폭증하는 데 이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고 분석할 수 있는 인재는 희귀하다는 것. 맥킨지는 “2018년이면 되면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재가 최대 19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엄청난 혜택을 뜻하는 ‘스마트 폭탄’을 마련, 핵심인재 유치에 나서야 할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스톡옵션과 현금 외에도 세무상담 및 예비아빠를 위한 육아준비 서비스 등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가족기업·국영기업 부상

“미국은 많은 위대한 것을 갖고 있지만 그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나스닥이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시장에서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공급받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상장 시스템이 부럽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은 과거와 같이 주목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가족기업, 국영기업, 복합기업이 부상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일 경제의 성공은 상장기업의 장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기업은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 성장을 중시하는 투자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부문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과 브라질의 국영기업, 인도의 타타 등 가문이 지배하는 복합기업의 성장도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내년이 ‘포상금 사냥꾼의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도드-프랭크 법안 발효로 내부고발자 제보로 기업이 벌금을 물게 되면 고발자는 최대 벌금의 30%에 이르는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를 노린 고발자들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다국적기업들은 고객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시장을 더 세분화하고 권한을 현장에 위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권고했다. ‘멀티-로컬(multi-local)’ 기업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