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판사들이다.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FTA 협정이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이라며 사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20명 정도가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사법부가 국회를 대신해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대체해 FTA 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어서 어이가 없다.

이번 일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법원은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지만, 법률을 개정하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엄연히 입법부의 권한이다. 더구나 ISD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사법주권이라고는 없어야 할 것이다. 200여건의 국제협약들도 전부 사법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사법부에조차 철없는 학생들처럼 이런 허망한 논리를 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다.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공언하는 법관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관철하고 싶다면 법복을 벗고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판사들까지 왜들 이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