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선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찰스 모리슨 미국 하와이대 동서연구소장(65·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모리슨 소장은 국제 민간기구인 GPF재단 주최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1998년부터 하와이대 동서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서연구소(East West Center·EWC)는 1960년대 미 의회 지원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이해 증진을 위해 설립된 연구 기관이다. 모리슨 소장은 2005년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자문기구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국 내에서도 동아시아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중국만이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 수 있다”며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도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그 역할을 할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모리슨 소장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현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길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여러 현안으로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이야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며 “양국 정부 간 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해야만 갈등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리슨 소장은 유럽발(發) 경제위기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경제규모는 미국보다도 많은 16조달러에 달한다”며 “전 세계 경제위기로 퍼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리슨 소장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위기를 해결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단시일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모리슨 소장은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한국을 첫 방문한 이래 매년 두 차례씩 한국을 찾는 지한파(知韓派)로,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