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미국에서 동남아 여행 상품을 저가에 팔았다가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항공소비자 권익보호단체인 플라이어스라이츠는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항공이 지난 9월 미국발 팔라우행 항공권을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가 6주가 지난 뒤 예약을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팔라우행 티켓을 산 300여명의 구매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자 멜리사 레스닉 씨는 “팔라우 섬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것이 평생 꿈이었는데 대한항공이 눈 먼 여성의 꿈을 파괴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플라이어스라이츠 측은 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1~5일 사이에 미주지역 근무 직원의 착오로 미국~팔라우행 운임이 시스템에 잘못 등재돼 320장의 항공권이 여행사 직원용 가격인 75% 할인가로 미국 현지 일반 고객에게 판매된 것을 나중에 알고 예약을 취소했다”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예약금 전액을 환불했으며 이미 호텔 등을 예약한 고객들에게 200달러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플라이어스라이츠는 “현재 111명의 고객이 환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 측은 앞으로 미국~팔라우 노선 항공권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게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가에 항공권을 재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플라이어스라이츠는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최저가도 이미 판매된 티켓보다 50% 이상 높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여행 전문 매체인 eTN과 애틀랜타의 뉴스앤포스트 등은 이번 소동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피해 고객과 시민단체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항의 캠페인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