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용카드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주목받고 있다. 체리피킹이란 신포도를 골라내고 맛있는 체리만 먹는다는 말. 물건도 사지 않으면서 선물만 받아가는 일을 뜻할 때도 쓰인다. 카드의 경우는 돈을 많이 쓰지도 않으면서 혜택만 쏙쏙 받는 것을 뜻한다. 물론 카드회사는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현명한 소비다.

체리피커뿐 아니라 일반 카드 사용자 사이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체리피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32만건이 다운로드됐다. 체리피커 앱은 카드의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최소 금액을 한눈에 보여준다.카드 사용 후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결제내용 문자를 인식해 이것이 가능토록 했다. 지금껏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과소비 가능성을 줄여주는 기능도 한다.

최고의 체리피커가 되려면 수고스럽더라도 카드를 여러 개로 분산하고 개별 카드가 요구하는 ‘허들’을 살짝 넘을 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좋은 카드 사용계획을 세워 사용해 왔더라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내려 손해가 난다며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눠서 조금씩 써라

현대카드가 지난달 내놓은 제로카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카드는 얼마를 쓰든지 상관없이 사용액의 0.7%를 할인해준다. 일반음식점과 대형할인점 커피전문점 대중교통 이용시 0.5%를 추가로 깎아준다. 각종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머리 쓰는 일을 귀찮아 하는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카드사용 금액만큼 항공사 마일리지가 쌓이는 카드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알뜰한 카드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용카드업계의 지적이다. 카드회사들은 평균적으로 40만원 이상 사용하면 1만원가량의 할인혜택을 준다. KB국민카드 와이즈홈 카드는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이체하고 30만원 이상 사용하면 관리비를 최대 1만원까지 깎아준다. 아파트 관리비가 사용실적에서 제외되는 점을 감안해 45만원을 결제했다고 가정할 때 할인율은 2%가 넘는다.

쇼핑이나 통신비, 주유 할인 카드도 마찬가지다. 30만원만 넘기면 1만원 이상 아낄 수 있는 카드가 수두룩하다. 기름과 LPG 모두 ℓ당 80원 할인해주는 롯데 드라이빙 패스카드로 기름값을 제외한 품목에서 40만원 이상만 쓰면 총기름값 570만원의 4%인 연간 23만원을 아낄 수 있다(연 2만㎞ 운행, 기름값 2000원, 연비 ℓ당 7㎞ 기준). 물론 여기에 커피값이나 영화비 할인 등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인율은 더욱 높아진다.

○카드 사용계획 리모델링 필요

사용 분야에 따라 완벽한 카드 사용 계획을 마련한 사람이라도 이제는 한번쯤 리모델링을 검토할 만하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두고 가맹점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카드회사들이 소비자에게 줬던 혜택을 중단하면서 손실을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SK카드 빅팟카드는 한 달에 두 번 외식 10% 할인과 커피 무제한 10% 할인을 했다가 앞으로는 외식의 경우 월 2회 최대 1만원까지, 커피는 월 4회 최대 5000원까지로 할인 혜택을 줄였다. 내년 3월부터는 ‘하나SK 비씨카드’의 인천공항라운지 서비스도 종료된다.

신한카드는 내년 4월부터 이베이 옥션에서 제공되는 ‘마이신한포인트’를 결제금액의 0.2%에서 0.1%만 적립해주기로 했다. 멤버스주유소에서 ℓ당 20~40원씩 할인 혜택을 줬던 삼성카드의 삼성카앤모아 등 제휴카드 7종은 내년 5월 이후 혜택이 아예 사라진다. 신라호텔 제휴서비스도 내년 3월부터 끝난다. 카드 혜택을 받게 되는 기준 금액도 오른다.

신한카드의 4050카드 회원은 전월 사용 실적이 20만원 이상이면 제휴 학원에 대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 4월부터 사용 실적을 30만원으로 올린다.

KB국민카드도 내년 4월부터 굿데이 카드에서 할인받기 위한 기준을 전월 이용실적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혜택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 체리피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하루 이틀 고민해보면 최고의 조합을 찾을 수 있다”며 “다만 카드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없는 소비가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