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는 지금 '코리아 시네마 천국'
“할리우드 영화만큼 수준이 높고 전체적인 구성도 뛰어나다. 특히 주인공이 적장을 활로 쓰러뜨린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대학생 아리포) “활 쏘는 액션 장면들이 정말 재미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대학생 화니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복합영화관 21시네플렉스에서 한국 영화 ‘최종병기 활’이 지난 2일 무료로 상영됐다. 롯데시네마가 이날부터 4일까지 펼친 한국 영화축제에는 한류스타 장근석과 김하늘 주연의 ‘너는 펫’과 송혜교가 출연한 ‘오늘’ 등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한국 영화 세 편이 선보였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은 10여개 현지 매체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활이란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세계 최초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너는 펫’ 상영회에는 장근석 팬클럽 멤버 10여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나타났다. 아니스 회장(초등학교 교사)은 “어린애처럼 장난기가 넘치면서 재미도 있다”며 “모교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인간성도 좋아 장근석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방송 후 10대부터 50대까지 300명의 회원을 거느린 장근석 팬클럽이 결성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영화시장 개방 검토

개막식에 참석한 샴술 루사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 영화담당국장은 “우리 영화시장이 극장 부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롯데시네마를 비롯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4000만명이지만 영화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시장 구조 탓이다.

루사 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관람객은 3870만명으로 전년 대비 2% 늘었다. 개봉작은 자국 영화 80편, 외화 140편이었다. 자국 영화 점유율은 30%이며 서양 영화가 38%, 중국 인도 한국 등 나머지 국가 영화는 32%다. 한국 영화는 연간 3~4편 배급되지만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개봉 전 불법복제 DVD가 유통되고 있어서다.

스크린 수는 55개 도시에 172개관 등 727개로 한국의 3분의 1 정도다. 옛 집권층 수하르토 가문과 특수관계인이 경영하는 복합상영관 21시네플렉스가 전체의 약 80%(2009년 말 기준 576개)를 지배하고 있으며 외화 수입 및 배급도 이 회사와 특수관계기업인 오메가필름이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장료도 비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7분의 1이지만 입장료는 5000원으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은 관련 법규를 개정해 배급 및 극장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현지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영화 불법복제 DVD를 추적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드라마와 K팝이 영화보다 강해

TV를 통해 전파되는 드라마와 K팝 한류는 영화보다 훨씬 강하다. 2002년 ‘가을동화’부터 ‘풀하우스’ ‘겨울연가’ ‘대장금’ ‘꽃보다 남자’ ‘궁’ 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젊은층을 강타했다.

뮤직뱅크 등 K팝 프로그램들도 급증했고 슈퍼주니어 등의 K팝 공연이 올 들어 네 차례나 열렸다. 현지 기획사들의 경험 부족과 공연시설이 따라주지 않아 티켓 가격이 최고 3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류 덕분에 한국어 배우기 열기도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우이국립대 한국어학과의 지난해 입학 경쟁률은 150 대 1이었다.

이번 축제를 주최한 손광익 롯데시네마 대표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영화시장 빗장을 푸는 행사”라며 “이곳에 한국영화관을 짓고 작품을 안정적으로 배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