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페루에 도자기 기술 전수…한국 전자제품 구매로 이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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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치른 박대원 KOICA 이사장
개발원조가 새 패러다임
1弗 잉카 도자기 값 10弗로 뛰니 마을 사람들 번 돈으로 한국제품 사…선진원조국도 한국방식에 관심
우리 기업에도 '블루오션'
전세계 1200억달러 규모 시장 공적개발원조 인재양성 해야…흩어져 있는 담당기관 체계화 필요
개발원조가 새 패러다임
1弗 잉카 도자기 값 10弗로 뛰니 마을 사람들 번 돈으로 한국제품 사…선진원조국도 한국방식에 관심
우리 기업에도 '블루오션'
전세계 1200억달러 규모 시장 공적개발원조 인재양성 해야…흩어져 있는 담당기관 체계화 필요
“1200억달러 규모의 세계 개발원조 시장은 우리 기업엔 블루오션입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개발원조 참여가 필요합니다.”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원조는 국격을 높일 뿐 아니라 자연스레 우리 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정부의 대외무상원조를 책임지는 기관인 KOICA 대표로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다녀왔다. 총회 직후인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KOICA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감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다녀오셨죠. KOICA가 개발 경험 공유에 앞장서온 만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번 총회에서 전 세계가 실감했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라니아 요르단 왕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지금 국제사회 원조분야에서 헌신하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와서 한국의 바뀐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이번 총회의 키워드는 ‘부산’입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에 외국의 지원 물자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우리의 원조가 부산을 통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가 됐지요. 총회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단순히 물자를 주거나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고 기술 지원과 경험을 전수하는 ‘개발원조’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원조 트렌드가 기술 지원과 경험을 전수하는 ‘개발원조’로 패러다임이 바뀐 거죠.”
▶이번 총회에서 KOICA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텐데요.
“현장에서 KOICA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온두라스, 방글라데시 등 13개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 관계자와 면담했는데 큰 틀에서는 ‘우리도 한국처럼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개발원조에 대한 공여국의 관심입니다. 남미지역의 원조 큰손인 브라질 원조청(ABC), 독일 원조청(GIZ)과 업무협조약정을 체결했고 미국 국제협력처(USAID), 일본 국제협력청(JICA) 인사들과도 면담했습니다. 이들도 우리의 성장 비결을 공유하고 한국이 했던 방식을 자신들의 원조에 그대로 대입시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개발원조’로 원조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루어졌는데, ‘좋은 원조’는 무엇입니까.
“우리 케이스를 대입하면 됩니다. 스스로 잘살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무상원조를 시행해온 20년간 직접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학교, 병원, 농어촌 개발을 위한 관개시설 등을 직접 지어줬지요. 과거에는 개도국들이 현금이 아니어서 크게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결과가 나오자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선진원조국들도 한국이 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원조가 국격을 높이는 데 정말 중요하지만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페루 쿠스코 지역에 KOICA가 세운 도자기학교가 있습니다. 도자기학교가 생기기 전에는 농민들이 농한기에 컵을 만들어 마추픽추 관광객들에게 개당 1달러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도자기학교에서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운 뒤로 잉카 도자기의 품질이 크게 올라가면서 하나에 10달러에 팔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냉장고와 TV, 자동차를 사고 있습니다. 굳이 우리가 한국 제품을 선전하지 않아도 이 같은 원조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생기면서 우리 제품을 사는 겁니다. 원조의 목표를 우리 경제성장에 두면 안됩니다. 자연스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원조 규모는 국민순소득(GNI)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크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외원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기여율에 맞춰가면 된다고 봅니다. OECD평균이 GNI 대비 0.3% 정도인데, 우리는 0.1% 선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10위권 수준인데 국제적인 기여 역시 OECD 평균 정도는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소득을 약 3만달러로 잡으면 한 달에 약 3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0만원입니다. 지금은 이 중 0.1%이니 국민 1인당 한 달에 3300원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물론 일부에선 ‘우리도 못사는데 왜 세금으로 외국을 도와주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3배를 올리면 약 1만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커피 세 잔만 안 마시면 우리가 못사는 나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가려 합니다.”
▶이번에 채택된 ‘부산선언’에서 민간기업과 시민단체 등을 개발원조 주체로 포함시킨 ‘포용적 파트너십’ 부분이 눈에 띕니다.
“현재 지구상의 원조금 규모는 총 1200억달러입니다. 이 시장에는 우리 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KOICA 웹사이트에는 국제원조 관련 사업의 입찰을 소개하는 미국 사이트가 링크돼 있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부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개발원조로 돌아다니는 사업만 따와도 1200억달러면 엄청난 시장입니다. 이 같은 사업을 따기 위해 인재개발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원조분야 인재 풀이 적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공적개발원조(ODA) 인재양성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대학과도 협력해서 학생들이 원조 분야를 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원조의 기능 중복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데요. 한국형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큰 만큼 보다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조가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저는 ‘파편화’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OECD 기존 원조국들이 오래전부터 ‘국제원조 담당기관이 너무 흩어져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사실 맞는 지적입니다. 우리는 현재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산하 KOICA가, 유상원조는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개발원조가 이슈가 되자 정부 각 부처, 지자체 등이 너도나도 하려고 합니다. 자신들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 컨트롤 타워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죠. 보건의료분야, 농어촌개발분야, 정보기술(IT)분야 등에 대한 개발원조가 각각 다른 부처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개선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해외 봉사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국민이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어 합니다.
“이전에는 청년 위주로 파견했는데 이제 50세 이상, 퇴직 후에 개도국에서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시니어 봉사단’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봉사단 활동 규모도 늘릴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활동한 인원이 이달 말까지 약 4000명 정도 됩니다. 2012년까지 2만명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현재 여러 종교단체, 80여개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대학생 등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750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를 내보내는 나라가 되는 것이지요.”
▶KOICA의 새로운 사업, 사업방향을 소개해주십시오.
“기존 원조공유국들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충분히 활용해 전 세계적 원조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려고 합니다. 우리는 유·무상원조를 합쳐 12억달러 정도로 원조 액수가 아직 미약하지만 가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는 것이죠. 이번 총회에서 기존 공여국과 기관들이 모두 KOICA를 찾은 이유가 ‘한국과 손을 잡으면 원조효과가 커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와도 아프리카 원조를 함께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고 중남미지역은 브라질과 손잡고 지원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원조 주체들, 기업, 민간 비정부기구(NGO) 등과 KOICA가 함께 손잡고 하고 싶습니다. ”
◇박대원 이사장은…알제리 대사 지낸 '국제통'
박대원 KOICA 이사장(64)은 정무감각과 경제외교 경험을 두루 갖춘 ‘국제통’이다. 1974년 외무고시(8회)에 합격한 후 외교부 경제협력 1과장과 경제국 심의관, 캐나다 토론토 총영사, 알제리 대사 등을 지냈다. 알제리 대사 시절인 2005년엔 알제리의 미래 성장전략을 담은 ‘알제리 2028년 부자나라 부자국민’이라는 책을 내 2007년 알제리 최고저술상을 수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후배로, 2005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국제관계대사직을 맡았다. 이후 이 대통령 당선인 의전팀장을 거쳐 2008년 5월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KOICA의 제8대 총재에 임명됐으며 지난 5월 연임됐다.
◆주요 약력= △1947년 경북 포항 출생 △1974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97년 주 토론토 총영사 △2002년 주 알제리 대사 △2005년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2008년 5월 제8대 KOICA 이사장 △2011년 5월 제9대 KOICA 이사장 연임
대담=홍영식 정치부 차장 / 정리=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원조는 국격을 높일 뿐 아니라 자연스레 우리 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정부의 대외무상원조를 책임지는 기관인 KOICA 대표로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다녀왔다. 총회 직후인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KOICA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감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다녀오셨죠. KOICA가 개발 경험 공유에 앞장서온 만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번 총회에서 전 세계가 실감했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라니아 요르단 왕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지금 국제사회 원조분야에서 헌신하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와서 한국의 바뀐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이번 총회의 키워드는 ‘부산’입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에 외국의 지원 물자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우리의 원조가 부산을 통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가 됐지요. 총회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단순히 물자를 주거나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고 기술 지원과 경험을 전수하는 ‘개발원조’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원조 트렌드가 기술 지원과 경험을 전수하는 ‘개발원조’로 패러다임이 바뀐 거죠.”
▶이번 총회에서 KOICA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텐데요.
“현장에서 KOICA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온두라스, 방글라데시 등 13개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 관계자와 면담했는데 큰 틀에서는 ‘우리도 한국처럼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개발원조에 대한 공여국의 관심입니다. 남미지역의 원조 큰손인 브라질 원조청(ABC), 독일 원조청(GIZ)과 업무협조약정을 체결했고 미국 국제협력처(USAID), 일본 국제협력청(JICA) 인사들과도 면담했습니다. 이들도 우리의 성장 비결을 공유하고 한국이 했던 방식을 자신들의 원조에 그대로 대입시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개발원조’로 원조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루어졌는데, ‘좋은 원조’는 무엇입니까.
“우리 케이스를 대입하면 됩니다. 스스로 잘살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무상원조를 시행해온 20년간 직접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학교, 병원, 농어촌 개발을 위한 관개시설 등을 직접 지어줬지요. 과거에는 개도국들이 현금이 아니어서 크게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결과가 나오자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선진원조국들도 한국이 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원조가 국격을 높이는 데 정말 중요하지만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페루 쿠스코 지역에 KOICA가 세운 도자기학교가 있습니다. 도자기학교가 생기기 전에는 농민들이 농한기에 컵을 만들어 마추픽추 관광객들에게 개당 1달러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도자기학교에서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운 뒤로 잉카 도자기의 품질이 크게 올라가면서 하나에 10달러에 팔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냉장고와 TV, 자동차를 사고 있습니다. 굳이 우리가 한국 제품을 선전하지 않아도 이 같은 원조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생기면서 우리 제품을 사는 겁니다. 원조의 목표를 우리 경제성장에 두면 안됩니다. 자연스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원조 규모는 국민순소득(GNI)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크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외원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기여율에 맞춰가면 된다고 봅니다. OECD평균이 GNI 대비 0.3% 정도인데, 우리는 0.1% 선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10위권 수준인데 국제적인 기여 역시 OECD 평균 정도는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소득을 약 3만달러로 잡으면 한 달에 약 3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0만원입니다. 지금은 이 중 0.1%이니 국민 1인당 한 달에 3300원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물론 일부에선 ‘우리도 못사는데 왜 세금으로 외국을 도와주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3배를 올리면 약 1만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커피 세 잔만 안 마시면 우리가 못사는 나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가려 합니다.”
▶이번에 채택된 ‘부산선언’에서 민간기업과 시민단체 등을 개발원조 주체로 포함시킨 ‘포용적 파트너십’ 부분이 눈에 띕니다.
“현재 지구상의 원조금 규모는 총 1200억달러입니다. 이 시장에는 우리 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KOICA 웹사이트에는 국제원조 관련 사업의 입찰을 소개하는 미국 사이트가 링크돼 있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부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개발원조로 돌아다니는 사업만 따와도 1200억달러면 엄청난 시장입니다. 이 같은 사업을 따기 위해 인재개발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원조분야 인재 풀이 적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공적개발원조(ODA) 인재양성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대학과도 협력해서 학생들이 원조 분야를 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원조의 기능 중복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데요. 한국형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큰 만큼 보다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조가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저는 ‘파편화’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OECD 기존 원조국들이 오래전부터 ‘국제원조 담당기관이 너무 흩어져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사실 맞는 지적입니다. 우리는 현재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산하 KOICA가, 유상원조는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개발원조가 이슈가 되자 정부 각 부처, 지자체 등이 너도나도 하려고 합니다. 자신들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 컨트롤 타워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죠. 보건의료분야, 농어촌개발분야, 정보기술(IT)분야 등에 대한 개발원조가 각각 다른 부처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개선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해외 봉사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국민이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어 합니다.
“이전에는 청년 위주로 파견했는데 이제 50세 이상, 퇴직 후에 개도국에서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시니어 봉사단’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봉사단 활동 규모도 늘릴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활동한 인원이 이달 말까지 약 4000명 정도 됩니다. 2012년까지 2만명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현재 여러 종교단체, 80여개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대학생 등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750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를 내보내는 나라가 되는 것이지요.”
▶KOICA의 새로운 사업, 사업방향을 소개해주십시오.
“기존 원조공유국들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충분히 활용해 전 세계적 원조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려고 합니다. 우리는 유·무상원조를 합쳐 12억달러 정도로 원조 액수가 아직 미약하지만 가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는 것이죠. 이번 총회에서 기존 공여국과 기관들이 모두 KOICA를 찾은 이유가 ‘한국과 손을 잡으면 원조효과가 커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와도 아프리카 원조를 함께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고 중남미지역은 브라질과 손잡고 지원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원조 주체들, 기업, 민간 비정부기구(NGO) 등과 KOICA가 함께 손잡고 하고 싶습니다. ”
◇박대원 이사장은…알제리 대사 지낸 '국제통'
박대원 KOICA 이사장(64)은 정무감각과 경제외교 경험을 두루 갖춘 ‘국제통’이다. 1974년 외무고시(8회)에 합격한 후 외교부 경제협력 1과장과 경제국 심의관, 캐나다 토론토 총영사, 알제리 대사 등을 지냈다. 알제리 대사 시절인 2005년엔 알제리의 미래 성장전략을 담은 ‘알제리 2028년 부자나라 부자국민’이라는 책을 내 2007년 알제리 최고저술상을 수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후배로, 2005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국제관계대사직을 맡았다. 이후 이 대통령 당선인 의전팀장을 거쳐 2008년 5월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KOICA의 제8대 총재에 임명됐으며 지난 5월 연임됐다.
◆주요 약력= △1947년 경북 포항 출생 △1974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97년 주 토론토 총영사 △2002년 주 알제리 대사 △2005년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2008년 5월 제8대 KOICA 이사장 △2011년 5월 제9대 KOICA 이사장 연임
대담=홍영식 정치부 차장 / 정리=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