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정부부처는 ‘준 방학시즌’이 된다. 가장 큰일인 내년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가고 결산은 해를 넘겨야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연말이 되면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이 있다. 국무총리실의 정책분석평가실이다.

평가실의 업무는 각 부처의 연말 성적표를 만드는 일이다. 1~10월까지의 실적을 집계해 12월 초까지 평가한 뒤 12월 중순 성적표를 각 부처에 배포한다. 부처는 평가실의 지적을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을 짠다.

평가 대상기관은 총리실·대검찰청을 제외한 38개 중앙행정기관이다. 주로 교수들로 구성된 200여명의 민간 위원들이 개별 정책을 평가한 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소그룹별로 평가 결과를 놓고 다시 한번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총리실의 검토와 총리의 의결로 성적표가 나온다. 총 8개 평가항목 중 핵심 정책과제·녹색성장·정책관리역량·정책홍보·규제개혁·국민만족도 등 6개에 대해선 상대평가로 등급이 매겨진다. 최우수·우수·보통·미흡으로 나뉘는데 20% 정도는 미흡을 받게 된다.

‘미흡’을 받으면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공무원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100% 평가 결과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 지난해 미흡을 받은 6개 기관 중 4개(금융위원회·기상청·문화재청·방위사업청)의 기관장이 올초 교체됐다. 또 재정사업의 경우 ‘미흡’을 받으면 다음해 예산을 배분할 때 10% 이상 삭감된다. 이런 원칙에 따라 잘려나간 예산이 2008년 1조1000억원, 2009년 2000억원, 지난해 5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총리실에는 평가를 최종 점검하는 11월 마지막 주 “결과를 좋게 해달라”는 각 부처 공무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성적표는 6일 공개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