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경신, 유럽발 악재에 따른 폭락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던 한국 증시가 60년 만의 ‘흑룡(黑龍)해’로 일컬어지는 2012년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경제신문은 각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에게 의뢰, ‘임진년을 빛낼 다크드래곤(dark dragon)’ 종목을 엄선해 소개한다.
'완성차 질주' 최대 수혜…내년 40% 상승여력
올해 증시에서는 자동차주의 질주본능이 단연 돋보였다. 일본 대지진으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부진한 가운데 중·소형차를 주력으로 한 현대·기아차의 차별화 전략이 글로벌시장에서 먹혀들었다. 국내 완성차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함께 주목받는 분야가 자동차 부품주, 그중에서도 타이어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무가격에 따라 ‘트레이딩 관점’의 주식으로만 치부됐던 타이어주가 완성차 후광효과와 고무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내년 이익 모멘텀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타이어주 중 한국타이어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타이어주 내년에도 달린다

김 연구원은 타이어주가 글로벌 역량이 강화된 국내 완성차들의 수혜를 내년에도 본격적으로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타이어 수요 외에 교체용 타이어의 글로벌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1990년대 초 일본 증시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도 타이어주의 부상이 예견되는 이유다. 내년 한국 증시는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률 기조가 예상되며 이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다. 당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였지만 브리지스톤 등 타이어주들은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며 시장을 주도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약진하면서 이에 따른 수혜를 입었고, 엔화 강세로 원재료 수입 부담이 줄면서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넥센타이어보다 한국타이어

타이어주가 올해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넥센타이어는 올초 대비 147% 급등,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3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과 판가 인상에 따른 이익 확대, 해외 생산설비 증대 등 주가를 견인할 호재가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부타디엔, 천연고무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레버리지가 예상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 상반기 급등한 고무가격 때문에 2, 3분기 실적이 저조했으나 8~9월 고무가격 하락분이 4분기 실적부터 반영돼 현재 9%인 영업이익률은 내년 상반기 15%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2년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신차 판매가 늘어 교체용 타이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커지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 글로벌 타이어 업체처럼 글로벌 딜러 대상 가격 협상력이 커져 내년 가격을 10%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확대 폭이 커지면서 한국타이어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58% 급증한 8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현 주가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14.9배에서 내년 9.1배로 낮아질 것”이라며 “12개월 목표주가는 6만5000원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다. 현 주가(4만5350원) 대비 40%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부담

다만 매출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한국타이어 주가에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리스크로 지목된 미쉐린의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는 최근 해소된 것으로 평가됐다. 미쉐린은 지난달 8일 한국타이어 주식 1519만5587주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 하락 구간에서도 블록딜 매매가격인 4만1000원에 대한 지지선을 확보하면서 오버행 요인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 다크드래곤株

내년 임진년의 상징물인 흑룡(black dragon)과 유망주를 뜻하는 다크호스(dark horse)를 합친 용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성장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는 종목을 뜻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