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글로벌 증시, 느닷없는 '천사와 악마간 키스'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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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키스' 물가안정만 목표
'악마와 키스' 성장·고용 추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악마와 키스' 성장·고용 추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이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유럽의 재정위기 등을 풀어가는 데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이 움직임은 주가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이슈다.
가장 큰 변화가 통화정책 관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이다.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다.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의 신념이었다.이 독트린은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현 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특히 요즘처럼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 통화정책은 반드시 자산시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의장의 주장이다.각국의 통화정책은 갈수록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관할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통화정책 목표도 수정되고 있다.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중앙은행이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taboo)로 여겨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날로 격화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종상품의 가격 파괴 또는 인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월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물가가 불안하다고 해봤자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선을 벗어나는 정도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성장과 고용증대,각종 위기극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버냉키 의장이 앞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제(inflation targeting)’뿐 아니라 ‘성장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될 경우 적정금리 산출 방식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특정국의 금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공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하지만 테일러준칙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성장 등 다른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를 알 수 있다.
테일러준칙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여기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이외의 성장, 고용 등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더한다.그리고 평가기간 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해 산출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이를 테면 한국은행의 물가억제목표 상한선이 4%일 때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통화준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가 이외의 다른 목표가 더 우선시될 경우에는 기준금리를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준칙’이 아니라 ‘사람’(한국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다.갈수록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통화론자의 꿈이 실현됐다고 할 만큼 물가안정 목표만을 고집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이 최근의 예(例)다.
중앙은행 간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점도 주목된다.기업과 금융사의 글로벌화는 크게 진전돼 있다.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자국만을 감안하는 ‘은둔의 왕국’이 된다면 위기극복 등 모든 활동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이달 들어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스위스 등 5개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밖에 중앙은행 감독권도 강화되는 추세다.‘볼커 룰(Volker’s rule)’이 제기한 ‘빅 브러더’ 움직임이다.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모든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이 중앙은행에 집중되고 있다.하지만 감독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의회에 견제권을 부여하거나, 한국처럼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할 때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가장 큰 변화가 통화정책 관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이다.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다.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의 신념이었다.이 독트린은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현 Fed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특히 요즘처럼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여건에서 통화정책은 반드시 자산시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의장의 주장이다.각국의 통화정책은 갈수록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관할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통화정책 목표도 수정되고 있다.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중앙은행이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악마와의 키스’라 할 정도로 금기(taboo)로 여겨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날로 격화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종상품의 가격 파괴 또는 인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월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물가가 불안하다고 해봤자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선을 벗어나는 정도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성장과 고용증대,각종 위기극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버냉키 의장이 앞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제(inflation targeting)’뿐 아니라 ‘성장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될 경우 적정금리 산출 방식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특정국의 금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공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하지만 테일러준칙은 중앙은행이 물가와 성장 등 다른 거시경제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를 알 수 있다.
테일러준칙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여기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이외의 성장, 고용 등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더한다.그리고 평가기간 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해 산출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이를 테면 한국은행의 물가억제목표 상한선이 4%일 때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통화준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가 이외의 다른 목표가 더 우선시될 경우에는 기준금리를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준칙’이 아니라 ‘사람’(한국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다.갈수록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통화론자의 꿈이 실현됐다고 할 만큼 물가안정 목표만을 고집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이 최근의 예(例)다.
중앙은행 간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점도 주목된다.기업과 금융사의 글로벌화는 크게 진전돼 있다.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자국만을 감안하는 ‘은둔의 왕국’이 된다면 위기극복 등 모든 활동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이달 들어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스위스 등 5개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밖에 중앙은행 감독권도 강화되는 추세다.‘볼커 룰(Volker’s rule)’이 제기한 ‘빅 브러더’ 움직임이다.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모든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이 중앙은행에 집중되고 있다.하지만 감독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의회에 견제권을 부여하거나, 한국처럼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할 때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