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사회 양극화 해소…희망 사다리 복원"
지난 8월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5000억원의 사재를 기탁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본인의 이름을 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재계의 리더로서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CSR)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화답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정몽구 재단’은 이날 향후 5년 동안 8만4000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재 출연금 활용 로드맵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사재기부에 이어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을 확정한 정 회장의 사회공헌 행보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면서 반(反)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양극화 시대에 부유한 분들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이런저런 모습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정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진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가 사업에서는 성공했지만 국민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기업인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게 1차 목표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름을 따 재단명칭을 지은 것에 대해 “회사 경영이 궤도에 오른 만큼 회장께서 자연인으로서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것 이상으로 환원하면서 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문화 특성상 기업명이나 재단에 사람의 이름을 넣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실명을 붙였다는 것은 ‘뚝심경영’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소신이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정몽구 재단은 순수 100% 개인 기부재산(6500억원)으로 이뤄졌다. 삼성꿈나무장학재단, 아산나눔재단 등 업계의 다른 공익재단이 오너와 회사가 각각 기부한 돈으로 설립된 점과 다르다. 재계가 ‘정몽구 재단’을 한국판 카네기재단, 록펠러재단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기리기 위한 호암재단, 두산그룹의 창업주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연강재단 등 창업주의 호를 딴 재단은 있지만 그룹 총수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재단은 ‘정몽구 재단’이 유일하다.

◆‘희망사다리 복원’

재단 측이 이날 발표한 지원 프로그램에는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지원은 물론 청년창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방안이 포함됐다. 재단 관계자는 “사회 양극화 완화를 위한 희망사다리 복원에 일조하겠다는 정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5000억원의 기부를 발표하면서 “저소득층 미래 인재육성과 대학생 지원 등에 사재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며 본인의 역할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먼저 연간 1만3000명의 저소득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연 6%) 대출로 전환해주고,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서는 6%대의 신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저금리 대출이자도 갚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재학기간 최대 3년간 이자를 전액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 매년 저소득층 중고생 1000명과 농어촌 소외지역 초등학생 2100명에게 과학인재 육성 3년 프로그램 등 특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우수한 저소득층 학생과 소년소녀가장, 교통사고 유자녀 등을 매년 4000명 선정해 등록금과 학습비, 장학금도 제공한다. 만 19~39세 창업준비자의 경우 연간 1000명에게 창업자금과 종합 컨설팅을 지원하고, 의료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연간 3500명에게 이동 진료센터 등 의료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장진모/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