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제학과 일부 학생들이 치밀한 분석 없이 반(反)월스트리트 시위에 동조해 슬프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53·사진)가 지난달 2일 반(反)월가 시위에 동조, 자신의 경제학 입문 강의(Ec 10)를 거부했던 70여명 학생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맨큐 교수는 ‘무엇에 저항하는지 아는가’라는 제목으로 4일자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싣고 “경제학은 독트린이 아닌 방법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맨큐 교수는 지난 몇 주 동안 주변에서 “강의 거부를 당해보니 기분이 어떠냐”는 말을 들을 때 처음에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던 때의 향수가 떠올랐고 그 다음엔 슬픔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맨큐 교수가 대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말은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로 들끓었고 그때의 열정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즈음 대학생들은 사회개혁운동보다 이력서 꾸미기에 더 열중하지만 경제학과 일부 학생들이 지엽적인 관심사를 넘어 사고하고,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맨큐 교수는 “그런 일부 학생들이 무조건 반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학생의 불만은 반월가 시위대처럼 치밀한 분석을 하지 않고, 명확한 정책 처방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기존 체제에 반대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개탄했다. 당시 강의실에서 퇴장한 학생들은 맨큐 교수의 강의 자체가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 증가를 상징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데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맨큐는 하버드대에서 약 750명이 수강하는 이 강의를 1980년대 중반부터 담당해왔다.

맨큐 교수는 특히 “경제학이 이념으로 가득 찼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인스의 말을 빌려 “경제학은 정책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미리 내려진 결론을 제공하는 이론이 아니다”면서 “경제학은 독트린이기보다 방법론”이라고 지적했다.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하는 기술이자 지성을 발현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제학자들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는 경제학자들이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것”이라며 “확대되는 경제적 불평등이 실제적이고 문제가 있는 현상이나 명확한 설명과 쉬운 해법도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강의를 거부한 학생들이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에게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강의실 복귀를 촉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