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전문 상가가 모여 있는 서울 남대문이나 용산 전자상가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고를 수 있는 카메라는 은근히 한정적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과거 필름 카메라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는 용도별, 필름판형별 다양한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를 차지하면서 카메라 종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안반사식(SLR)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 그리고 이 둘의 중간쯤을 차지하는 하이브리드(미러리스) 카메라 정도다.

카메라 시장이 커지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필름 카메라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몇몇 카메라 회사들은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 ‘카메라의 역사’ 라이카

흔히 라이카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 ‘카메라의 역사’다. 1953년부터 만들어진 ‘M3’는 지금까지도 카메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카메라로 손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M3 이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만 외형 자체는 1953년의 M3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02년 발매한 M7까지는 필름 카메라로 만들어졌지만 M8부터는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고 있다.

현재 최신 모델은 M9-P다. 2009년 발매한 M9과 사양, 성능은 동일하다. 하지만 라이카의 필름 카메라 MP와 흡사한 외관으로 만들어 ‘클래식’한 멋을 더 살렸다. 35㎜ 필름과 동일한 36×24㎜ 사이즈의 풀프레임 CCD를 쓰고 있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모든 조작은 수동으로 한다. 렌즈에 달린 조리개를 조절하고 초점링을 돌려 직접 노출과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카메라의 역사를 수놓은 뛰어난 렌즈들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즈미크론, 즈미룩스, 엘마 등의 이름이 붙은 다양한 라이카 렌즈를 비롯해 콘탁스, 코니카, 포익틀랜더 등 많은 회사들이 라이카 카메라 마운트용으로 내놓은 렌즈들을 써볼 수 있다. 수십년 전에 나온 렌즈부터 현재 생산 중인 렌즈까지 선택폭도 넓다.

좀 더 가볍게 카메라를 쓰고 싶은 사람은 ‘X1’도 고려할 만하다. M3 이전에 나왔던 ‘바르낙 라이카’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일반 DSLR에 많이 쓰이는 APS-C 사이즈 CCD를 탑재했다.

◆ 과거 명성 재현하는 ‘X100’과 ‘GXR’

후지필름은 과거 필름뿐 아니라 렌즈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특히 방송카메라에서 많이 쓰였던 ‘후지논’ 렌즈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후지필름이 올해 발매한 X100은 이 후지논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라이카의 M 시리즈를 닮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마그네슘 캐스팅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감촉이다. 비구면 렌즈가 들어간 23㎜ 후지논 렌즈와 DSLR에 쓰이는 APS-C 사이즈 1230만 화소 CMOS를 장착해 화질도 뛰어나다. 광학식 뷰파인더와 디지털 뷰파인더를 모두 지원한다. 뷰파인더 창에서 버튼 하나로 두 가지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시절 GR1 시리즈 등 얇은 두께의 콤팩트 카메라로 마니아를 보유했던 리코는 하이브리드 카메라 GXR을 내놨다. 다른 렌즈교환식 카메라들이 렌즈만을 교환하는 대신 이 카메라는 렌즈와 CCD가 함께 붙어 있는 ‘렌즈 유닛’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유닛에 렌즈와 이미지 센서, 이미지 처리 엔진을 일체화했다. 렌즈에 따라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단렌즈부터 고배율 줌렌즈까지 다양한 렌즈 유닛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28㎜, 50㎜ 등 단렌즈 유닛과 24~72㎜ 등 줌렌즈 유닛이 나와 있다. 올해 들어서는 라이카 렌즈를 장착할 수 있는 렌즈 유닛을 새로 출시해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