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은 오는 9일(현지시간)에 열리는 유럽연합(EU)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재, 화학, 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을 권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이번주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경우 차익 실현이 나서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재정 강화를 위한 EU 조약 개정에 대해 합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을 단기적으로 확대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코스피지수는 1850~2000 사이의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담 전 코스피지수가 1960~2000에 근접한다면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이므로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도 "약세장은 급락 이후 간헐적 반등, 다시 조정을 받는 순으로 진행된다"며 "지난 8월 하락 후 반등한 코스피지수는 EU 정상회담 이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상회담에서 각국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1650선을 저점으로 하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며 "이번주는 차익 실현 기회"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조정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1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52.7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유럽과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을 밑돌았다"며 "미국도 글로벌 경기둔화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하반기 수출 경기가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코스피지수의 추세적 상승을 막고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도 "미국 소비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아 유럽 재정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질 경우 소비심리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3개월간 미국의 소비증가율은 소득증가율을 전년 동월 대비 기준 0.93% 초과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상승세를 나타냈고 유럽 위기에 민감한 소재, 금융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것을 권했다.
박 연구원은 유럽 재정 문제에 따라 변동성이 큰 산업재, 소재, 금융 업종을 먼저 매도할 것을 권했다.
강 연구원은 "업종 구분 없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좋다"면서도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전기전자, 화학 등의 업종이 보다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