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역전버디에 갤러리들  "타이거, 타이거"
꼭 749일 만이었다. 우승 퍼팅에 성공하고 주먹을 날리며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부활. 우즈는 자신이 주최한 셰브론월드챌린지(총상금 500만달러)에서 2년여 만에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CC(파72·7027야드) 18번홀(파4·444야드). 우즈는 17번홀(파3)에서 극적인 4.5m 버디를 성공시켜 잭 존슨(미국)과 합계 9언더파 공동선두를 이뤘다. 우즈는 3번 아이언으로 특유의 ‘스팅어 미사일’ 티샷을 날렸다. 드라이버를 빼든 존슨보다 거리가 더 났다. 존슨이 3m 버디 찬스를 만들자 우즈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더 가까운 2m 지점에 볼을 떨궜다. 우즈는 샷이 마음에 들었는지 클럽을 쥔 그립을 놓지 않은 채 걸어갔다.

그린으로 걸어갈 때 갤러리들이 “타이거, 타이거”를 연호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존슨의 훅라인 버디 퍼트는 홀 아래로 흐르면서 파로 홀아웃했다.

우즈는 호랑이처럼 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그린의 경사도를 체크했다. 쪼그려 앉아 그린 라인을 읽을 때 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앞에 둔 호랑이처럼 이글거렸다. 얼마 만에 맛보는 최종라운드 최종홀 우승 퍼팅인가.

볼이 홀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우즈는 데뷔 후 첫 마스터스 제패 때보다 더 열광했다. 이토록 열정적인 우승 세리머니는 없었다. 모자를 벗어 관중을 향한 답례도 잊지 않았다.

1타차 2위로 출발한 우즈는 전반에 2번홀 버디와 8번홀 보기를 교환해 이븐파로 마무리했으나 존슨이 보기 3개, 버디 2개로 1타를 잃으면서 동타를 이뤘다. 우즈는 10번홀 버디로 1타차 선두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11번홀(파5)에서는 ‘2온’에 성공한 뒤 1.2m 버디를 떨궈 2타차로 달아났다.그러나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왼쪽 벙커에 빠뜨리며 5m 파세이브 퍼팅을 놓친 데 이어 13번홀(파5)에서 3m 버디에 실패하면서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존슨에게 다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우즈는 이후 버디 기회를 계속 만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재역전에 성공했다.우즈는 경기 후 “기분이 정말 좋다. 이겼다는 생각에 함성이 절로 나왔다. 버디 두 개를 연속으로 잡아낸 것도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에 들지 않은 샷이 간혹 있긴 했지만 새로운 스윙 폼이 전반적으로 괜찮다”며 “모든 것이 결정나는 마지막 두 홀에서 이번주 친 것 중 가장 좋은 샷 3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또 “존슨의 퍼팅을 본 후 내 퍼트라인을 가늠했고, 그대로 공을 치자 홀에 한번에 들어갔다”며 “존슨의 퍼팅을 보지 못했다면 볼 하나 정도 차이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즈의 우승 퍼팅을 지켜본 뒤 캐디와 패배를 인정하는 눈짓을 주고받은 존슨은 “만약 우즈가 건강만 유지한다면 그의 실력은 영원할 것”이라며 “우즈는 내가 겨뤄본 선수 중 최고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법을 안다”고 칭찬했다.

우즈는 프로 통산 83승째를 올렸고 우승상금 120만달러를 자신의 재단에 기부했다. 이 대회 우승은 2001년, 2004년, 2006년, 2007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 대회는 18명이 출전한 대회지만 2009년 이후 월드랭킹 포인트를 받고 있다.

우즈는 지난 10월 15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랭킹 50위 밖으로 밀려났으나 이번 우승으로 52위에서 21위로 상승했다. 우즈는 내년 1월2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막하는 유럽프로골프 투어 대회인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최경주(41)는 마지막 날 6타를 잃어버리는 부진 끝에 합계 1오버파 289타로 12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