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순한 기지 아니다, 대기업들과 협력…수요 창출"
김해 생산 물량 70% 해외로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조태휘 사장(51·사진)을 5일 경남 김해공장에서 만났다. 바이엘한국법인의 사업부문 3대 축 중 신소재부문을 맡고 있는 한국인 경영인이다. 제약부문은 닐스 헤스만 바이엘코리아 대표가 겸하고 있고 농화학부문도 외국인 사장이 맡고 있다.
바이엘은 신소재부문에서 한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2000년 김해에 있는 중소기업 (주)세원을 인수했다. 조 사장은 2005년부터 김해 공장을 중심으로 머티리얼사이언스 부문을 책임져 왔다.
1992년 바이엘코리아 폴리머 사업부로 입사한 그는 랑세스 본부에서 본부장으로 일하며 합성고무 쪽 경력을 쌓아왔으나 2005년 고무, 플라스틱 중심의 랑세스가 바이엘에서 분사할 때 랑세스로 가지 않았다. 당시 빌 프리드 하이더 바이엘코리아 회장의 신임 때문이었다.
조 사장은 “독일 본사에서 받는 최고급 원료를 기반으로 김해에서 제조하고 마케팅과 영업, R&D까지 이후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진행한다”며 “LCD TV 부품인 확산판을 2007년부터 본격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2005년에 비해 매출이 3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바이엘 전체 매출 101억 유로(15조3000억원) 중 30%가량은 머티리얼사이언스에서 나왔다. 바이엘코리아 매출도 마찬가지다.
김해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마크로론(Makrolon)이라는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면서도 열과 충격에 강한 것이 강점. 용인~죽전지구 1㎞에 이르는 방음터널 지붕, 서울 중구 삼성화재 본사 옥외 광고판,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 지붕 등이 모두 바이엘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로 완성됐다.
LCD TV 부품으로 들어가는 확산판은 2007년 바이엘에서 개발하기 전엔 100%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조 사장은 “바이엘에 아시아 시장은 원료의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큰 기회”라며 “아시아엔 중국과 인도 등에 공장이 있지만 내년엔 중국 공장을 하나 추가하고 동남아 한 회사의 인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중국, 인도처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조 사장은 “소니, 캐논에 투자하던 바이엘이 국내 대기업들에 눈을 돌린 지 오래”라며 “한국 시장 자체를 넘어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전 세계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에서 생산하는 70%는 수출 물량이다. 지난해 ‘5000만불 수출의 탑’도 받았다.
200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김해 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한 조 사장은 “시장 환경에 따라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기술 융합을 통해 TV에서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IT분야 수요에 대응하고 자동차, 철도의 경량화와 관련된 부품 생산으로도 확장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을 개조하고 증설하기 위해 기존 공장 주변 부지도 충분히 확보해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 건축과 함께 첨단 전자부품과 소재기술을 융합하는 신기술은 바이엘 본사가 추진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유럽 위기 영향으로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도 10%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술 선점을 기반으로 한 바이엘의 사업 계획은 되레 공격적”이라며 “어려울 때 잘해야 진짜 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