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42년' 건설 근로자 첫 훈장 받는다
“공주사대 부속중 입학원서를 어머니께 드렸더니 한숨만 내쉬시더군요. 남의 논밭을 경작해서 겨우 먹고 사는 형편이라…. 일당 2500원 받는 건설현장 ‘야방’(야간에 공사장 지키는 일)으로 출발해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과천 정부종합청사 등 다양한 공사장에서 땀을 흘렸지요. 주경야독으로 건축 관련 자격증 7종을 취득하고, 중·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나와 작년부터는 야간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철탑산업훈장 받는 최초 건설기능인

'주경야독 42년' 건설 근로자 첫 훈장 받는다
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2011 건설기능인의 날’ 행사에서 건설기능인 최초의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윤이중 씨(61)의 인생은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1950년생인 윤씨는 열아홉 나이에 건설 현장에 첫발을 들였다. 미장 기술 등을 배워 가정도 꾸렸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자살도 시도했다. “어린 자식들 생각에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더군요.” 다시 현장으로 나간 그는 독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1999년 미장기능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2002년 기능인 최고 자격인 기능장 자격증까지 땄다. 건축산업기사 건축기사 실내건축기사 등 모두 7개의 자격증을 획득했다. 42년째 현장을 누비는 그는 동일종합건설에서 미장·타일 등을 최종 점검하는 마감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각종 기능대회 출제·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올해 2회째인 ‘건설기능인의 날’은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는 120여만명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 주최에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주관한다.

이번 행사에선 철탑산업훈장과 산업포장이 수여돼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건설산업 발전에 모범이 된 34명에게 철탑산업훈장, 산업포장,대통령 표창 등이 수여된다. ‘건설의 날’에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훈·포장을 받고 있지만 건설근로자의 수훈은 처음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최일선 현장에서 공사 품질·기간을 좌우하는 건설기능인도 훈·포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역군 34명 훈포장 및 표창

산업포장을 받는 강철희 삼성물산 기능마스터(58)는 국내외 방수공사 현장에서 30여년간 쌓아온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신자재 개발 및 기능공 기술 전수, 욕실 방수층 선시공법 개발 등으로 관련분야 시공품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표창은 정막례 화승토건 조적공(53), 이승진 강산L&D 시공팀장(44), 김영철 태영개발터널 작업반장(47)이 받는다. 정 조적공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30여년간 일하면서 습식공사 전문가로서 후배기능공을 양성해 왔다. 이 팀장은 20년 이상 건설현장에서 시공팀장으로 현장 안전과 건설 기술력 향상에 노력하면서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주거 시설 개선에 노력한 점을 인정 받았다. 김 반장은 1993년부터 터널작업반장으로 일하면서 한 건의 인명사고도 없이 공사를 마무리했다.

정 조적공을 비롯 이정애 씨(51)와 오윤례 씨(53)가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을, 문화자 씨(56)와 이경숙 씨(57)가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5명의 여성 건설기능인이 수상자에 포함됐다.

협성종합건업은 올해 건설기능인 대학생 자녀 48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최근 플랜트건설노조와 함께 건설근로자 부부 12쌍에게 합동결혼식을 무료로 열어줘 국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대표는 훈장 수훈자 1500만원 등 총 2억여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

◆사회적 관심 필요하다

건설근로자 대부분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통계청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건설근로자 연평균 급여는 1714만원으로 제조업 근로자(3227만원)의 53%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 30년 이상 경력자 기준 제조업 연평균 급여는 6634만원이다.건설업은 1844만원으로 제조업의 28% 수준이다.

노령화도 심각해 건설현장을 떠나야 하는 50세 이상이 전체의 40.4%에 이른다. 여기에 임금을 받지 못한 체불근로자가 3만3000명, 체불 임금도 1464억원이나 된다. 김명수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낙찰률은 예정가의 70% 수준으로 낙찰가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노무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1월부터 1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가 도입되면 저임금과 임금체불 문제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