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 수출품 변천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경공업 제품으로 달러를 벌어들였다. 섬유류(40.8%)와 가발(10.8%)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합판(11.0%)과 철광석(5.9%) 등 1차 가공품도 수출 상위 5위권에 들었다.

1980년대에도 의류(11.7%), 신발(5.2%), 인조장 섬유직물(3.2%) 등 노동집약적인 제품들이 주로 팔려나갔다.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다. 중화학공업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선박(3.5%) 음향기기(3.4%) 등으로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전자와 자동차 분야 등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출 품목에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나타났다. 의류(11.7%)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반도체(7.0%), 영상기기(5.6%), 컴퓨터(3.9%), 자동차(3.0%) 등이 수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2000년대에는 고부가치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반도체(15.1%)가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컴퓨터(8.5%)가 바로 뒤를 이었다. 선박류(10.5%)와 자동차(7.0%)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고 석유제품(5.3%)이 처음 5위권에 진입했다.

2010년대의 첫 해인 작년에는 기술집약적인 첨단 제품 수출 경향이 더 굳어졌다. 반도체(10.9%)가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박류(10.5%),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7.0%), 석유제품(6.8%), 자동차부품(4.1%) 등이 효자노릇을 했다.

올해는 선진국들의 경기불황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 주력품목에 변화가 생겼다.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실적을 들여다보면 반도체(9.0%)가 3위에 내려앉았다. 대신 선박류(10.3%)가 1위로 올라섰다. 석유제품(9.3%)과 자동차(8.0%)도 선전했다.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80년대 말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된 뒤 1990년대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집중 투자가 이뤄지면서 성공적으로 산업구조의 혁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반도체 자동차 선박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긴 했지만 각 분야가 서로 보완해주기 때문에 갑자기 수출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