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시청률이 0%대에 머물면서 그간 ‘종편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급락했다. 증권사들도 향후 종편의 사업전망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어 종편 관련 테마가 사실상 소멸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JTBC 계열의 콘텐츠 유통업체인 제이콘텐트리는 5일 6.12% 급락한 4600원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이 기간 10.8%가 빠졌다.

시청률 0%대 '굴욕'…종편 관련株 동반 급락
제이콘텐트리는 종편 출범 기대감에 한때 7000원에 근접했으나 지난 1일 개국한 JTBC의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섰던 기관과 외국인이 5일에는 모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4일 종편 시청률은 JTBC가 0.61%, TV조선 0.45%, 채널A 0.35%, MBN이 0.33%에 그쳤다.

방송광고 시장이 확대돼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제일기획도 1만9100원으로 1.29% 하락했다. 종편 개국 전만 해도 이들 업체에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달 30일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은 1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종편 개국 이후 시청률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자 증권사의 평가도 바뀌고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종편 광고시장이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하다”며 “광고 경기가 하락세에 있어 종편 등장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청률에 비해 높게 책정된 종편의 광고단가도 내려갈 전망이다. 이건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시청률이 1%도 안 되는 방송이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단가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케이블TV와 비슷한 지상파의 10%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0%대 '굴욕'…종편 관련株 동반 급락
전문가들은 드라마 제작사와 연예기획사의 수혜 여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종편이 아직 제작시설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다보니 외부 제작사들의 비용 부담이 예상치를 웃돌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초록뱀(-2.15%) IHQ(-3.04%) 등 종편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제작사들은 모두 급락했다. 매니지먼트사들 역시 수혜를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상위권 연예인의 몸값은 높아지겠지만 소속사에 대한 배분율이 높지 않아 기여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청률 0%대 '굴욕'…종편 관련株 동반 급락
이와 대조적으로 ‘종편 피해주’로 분류됐던 CJ E&M은 이날 5.36% 오른 3만2450원에 마감했다. tvN OCN 채널CGV 등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CJ E&M은 그동안 종편 출범으로 시청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종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최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