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전통 산수화 '디지털' 옷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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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합쳐지고 있다. TV와 컴퓨터가 하나가 되더니만 휴대폰이 이 두 가지를 꿀꺽 삼켰다. 한창 위세를 부리던 디지털카메라도 휴대폰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 프린터가 스캐너와 하나가 되더니만 금방 복사기와 팩스의 영역까지 접수하고 이름마저 복합기라 바꿔버렸다. 기기들은 마치 걸신들린 포식자처럼 서로의 영역을 집어삼키는 것 같다. 이제 기기의 고유한 영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동양화, 서양화가 따로 없다. 그림과 조각이 따로 없다. 아침의 화가는 낮에 조각가가 되고 밤엔 영상감독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보다 어떤 가치를 표현하느냐를 중시하는 시대적 요청의 결과다. 미술과 음악을 통합적으로 표현해 온 최순녕 씨(45)의 작품에서도 그 점은 두드러진다. 그는 아침에는 붓을 휘두르며 문인화를 그리지만 점심엔 마우스를 클릭하며 포토샵 작업을 덧붙이고 저녁에는 디지털 프린팅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시작은 회화였는데 결과물은 대량복제가 가능한 판화랑 사진의 사촌지간이 됐다. 통합지향적인 21세기 미술은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최씨의 작품은 잘 보여준다. 장르에 매달리다간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QR코드 찍으면 지난 그림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동양화, 서양화가 따로 없다. 그림과 조각이 따로 없다. 아침의 화가는 낮에 조각가가 되고 밤엔 영상감독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보다 어떤 가치를 표현하느냐를 중시하는 시대적 요청의 결과다. 미술과 음악을 통합적으로 표현해 온 최순녕 씨(45)의 작품에서도 그 점은 두드러진다. 그는 아침에는 붓을 휘두르며 문인화를 그리지만 점심엔 마우스를 클릭하며 포토샵 작업을 덧붙이고 저녁에는 디지털 프린팅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시작은 회화였는데 결과물은 대량복제가 가능한 판화랑 사진의 사촌지간이 됐다. 통합지향적인 21세기 미술은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최씨의 작품은 잘 보여준다. 장르에 매달리다간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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