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맞는 매는 아프지 않아 … 포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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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2) 스펙의 늪 -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무술감독 권귀덕
무일푼 상경 7년만에 국내 최고 카 스턴트맨 돼
키 작아 대역 기회 적어도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
액션스쿨 동기 40명중에 나홀로 남아 스턴트 활동
무일푼 상경 7년만에 국내 최고 카 스턴트맨 돼
키 작아 대역 기회 적어도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
액션스쿨 동기 40명중에 나홀로 남아 스턴트 활동
‘우당탕탕!’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3회 이상 회전하며 떨어져 박살난다. 권귀덕 무술감독(31)은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빙그레 웃었다. 최근 자신이 스턴트를 한 TV드라마 ‘영광의 재인’의 동영상이었다. “그림이 참 좋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국내 처음일 겁니다.” 반파된 차의 핸들은 권 감독이 잡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고 있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로 무술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권 감독은 ‘짝패’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영화에서 스턴트를 맡은 베테랑이다. 국내 대표적인 카 스턴트맨이기도 하다. ‘괴물’의 첫 부분에서 한강에 투신하며 발버둥치는 한 남자를 연기한 것도 권 감독이다.
그는 지금 동년배의 대기업 사원만큼 돈을 번다. 7년 전 무일푼에 일자리도 없어서 원양어선을 타려고 했던 시절과 천양지차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경산자동차고등학교와 대구미래대 자동차학과를 나왔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과도 거리가 멀었다.
“돈을 빨리 벌어야 할 것 같아서 자동차 정비 일만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어요. 아버지가 집에서 재봉틀 일을 하시며 힘들게 가계를 꾸리셨거든요. 그런데 군에서 제대한 어느 날 미싱하는 제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기계를 던져버렸어요. 아버지는 제 빰을 때리셨는데 전혀 아프지 않았죠. 묘한 오기를 느꼈어요.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공장에 다니는 누나의 단칸방에 얹혀 살던 권 감독은 PC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스턴트를 배울 수 있는 서울액션스쿨의 수강생 모집 공고를 봤다. 그는 “사실 군대에서 서울액션스쿨을 배경으로 하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딱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몸밖에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액션스쿨의 교육프로그램은 소문대로 지독하고 악랄(?)했다. 권 감독은 교육 첫날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매일 훈련받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싱 기계마저 던져버렸다는 생각에 차마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깡’으로 버텨냈다. 서울액션스쿨 8기생인 그의 동기생은 모두 40명이지만 6개월 후 최종 수료자는 28명뿐이었다. 이 중 권 감독만 계속 스턴트를 하고 있다. 동기들은 제주도에서 말을 키우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스턴트는 직업으로서 생존율이 극히 낮다.
“전 키가 작아서 남자 배우의 대역도 힘들고 어깨가 넓어서 여자 대역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포기하라고 했죠. 이를 더 꽉 물었어요. 차 스턴트로 영역을 넓혔죠. 처음 차를 뒤집었을 때 너무 짜릿했어요. 눈 앞에 불꽃이 튀고 모든 사물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데 완전히 딴 세상 같았습니다. 스턴트에 성공하고 차에서 나왔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죠.”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영화 ‘황해’의 카 스턴트 장면에서 차를 뒤집을 때 동료의 발목을 부러뜨리는 큰 사고가 발생한 것. 그 동료는 완쾌했지만 최근 스턴트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권 감독은 “공장에 다니거나 장사를 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저한테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스턴트 일은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스턴트 일을 하게 되면서 삼은 인생의 좌우명은 '모르는 매는 아프지 않다'다. “도전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해보지도 않고 좌절하는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이 친동생이라면 ‘말보다는 주먹’으로 가르쳐주고 싶네요.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3회 이상 회전하며 떨어져 박살난다. 권귀덕 무술감독(31)은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빙그레 웃었다. 최근 자신이 스턴트를 한 TV드라마 ‘영광의 재인’의 동영상이었다. “그림이 참 좋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국내 처음일 겁니다.” 반파된 차의 핸들은 권 감독이 잡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고 있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로 무술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권 감독은 ‘짝패’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영화에서 스턴트를 맡은 베테랑이다. 국내 대표적인 카 스턴트맨이기도 하다. ‘괴물’의 첫 부분에서 한강에 투신하며 발버둥치는 한 남자를 연기한 것도 권 감독이다.
그는 지금 동년배의 대기업 사원만큼 돈을 번다. 7년 전 무일푼에 일자리도 없어서 원양어선을 타려고 했던 시절과 천양지차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경산자동차고등학교와 대구미래대 자동차학과를 나왔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과도 거리가 멀었다.
“돈을 빨리 벌어야 할 것 같아서 자동차 정비 일만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어요. 아버지가 집에서 재봉틀 일을 하시며 힘들게 가계를 꾸리셨거든요. 그런데 군에서 제대한 어느 날 미싱하는 제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기계를 던져버렸어요. 아버지는 제 빰을 때리셨는데 전혀 아프지 않았죠. 묘한 오기를 느꼈어요.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공장에 다니는 누나의 단칸방에 얹혀 살던 권 감독은 PC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스턴트를 배울 수 있는 서울액션스쿨의 수강생 모집 공고를 봤다. 그는 “사실 군대에서 서울액션스쿨을 배경으로 하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딱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몸밖에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액션스쿨의 교육프로그램은 소문대로 지독하고 악랄(?)했다. 권 감독은 교육 첫날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매일 훈련받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싱 기계마저 던져버렸다는 생각에 차마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깡’으로 버텨냈다. 서울액션스쿨 8기생인 그의 동기생은 모두 40명이지만 6개월 후 최종 수료자는 28명뿐이었다. 이 중 권 감독만 계속 스턴트를 하고 있다. 동기들은 제주도에서 말을 키우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스턴트는 직업으로서 생존율이 극히 낮다.
“전 키가 작아서 남자 배우의 대역도 힘들고 어깨가 넓어서 여자 대역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포기하라고 했죠. 이를 더 꽉 물었어요. 차 스턴트로 영역을 넓혔죠. 처음 차를 뒤집었을 때 너무 짜릿했어요. 눈 앞에 불꽃이 튀고 모든 사물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데 완전히 딴 세상 같았습니다. 스턴트에 성공하고 차에서 나왔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죠.”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영화 ‘황해’의 카 스턴트 장면에서 차를 뒤집을 때 동료의 발목을 부러뜨리는 큰 사고가 발생한 것. 그 동료는 완쾌했지만 최근 스턴트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권 감독은 “공장에 다니거나 장사를 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저한테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스턴트 일은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스턴트 일을 하게 되면서 삼은 인생의 좌우명은 '모르는 매는 아프지 않다'다. “도전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해보지도 않고 좌절하는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이 친동생이라면 ‘말보다는 주먹’으로 가르쳐주고 싶네요.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