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잡으면 돈" … 포스코·두산, CCS 상용화 속도 낸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와 중공업회사들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온실가스 목표관리제’가 실시되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CCS는 온실가스 직접 감축 효과가 가장 큰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공업회사들은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을 겨냥,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포스코,100만⑩t 감축해야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지난 8월 연 3000t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험설비를 준공했다. 2013년 완공 예정인 포항제철소내 200만t급 파이넥스 설비에 해당 포집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부터 가동해온 연 150t 규모의 시험설비를 철거하고 20배 규모의 설비를 새롭게 준공했다”며 “포집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제철소뿐 아니라 발전소와 시멘트 제조공정 등에도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CCS기술 상용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비용절감 차원에서다. 목표관리제가 시행되면 국내 366개 기업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보다 1.42% 줄여야 한다. 철강생산 등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는 당장 내년에 96만3000이산화탄소톤(⑩t)을 줄여야 한다. 국내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삼성전자(42만9000⑩t)의 배를 웃돈다.

CCS기술 공급자인 중공업회사들도 관련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호주도 내년부터 탄소세 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발전소에 CCS 기술 적용이 반드시 필요해진다는 판단에서다.

두산중공업은 2006년 인수한 두산밥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두산 측은 “CCS분야 선점은 밥콕 인수를 통해 기대되는 가장 큰 시너지 중 하나”라며 “CCS기술 확보로 2013년 이후 연평균 10억달러 이상의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저장된 이산화탄소로 메탄올을 만드는 시범연구를 마무리했다. 회사 측은 2014년까지 실증플랜트연구를 완료하고 플랜트사업과 연계해 실용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STX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CCS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CCS플랜트 수요가 2015년 18기에서 2050년 3400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장기술 실증,비용절감 등이 과제

미국 등 선진국은 CCS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정의하고 국가 주도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2015년까지 실용 가능한 기술적 검증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2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무배출 화력발전소 가동을 목표로 2015년까지 실증사업에 120억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도 CCS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정하고 국제CCS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포집 핵심요소기술은 확보했지만 저장·전환기술 등을 아우르는 실증연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포집분야에서도 경제성 확보가 당면과제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술을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지식경제부 산하 사단법인인 한국CCS협회를 설립하고 2019년까지 172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종훈 한국CCS협회 운영위원장은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저장 분야는 포집에 비해 경제성이 높지만 실증화 수준은 낮다”며 “2015년까지 저장 부지를 선정해 2017년부터 저장을 시작한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민간기업 및 학계 전문가들과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CCS

carbon capture & storage. 발전소·공장과 같은 대량 배출원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모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녹색기술이다. 포집한 것을 압축·수송해 육상 또는 바다 밑 땅 속에 저장하거나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