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더치셸, 엑슨모빌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주요 활동 무대를 중동·아프리카에서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암석)오일 셰일가스 샌드오일 등 ‘비전통 원유·가스’ 생산량이 중동·아프리카에서 주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를 대체할 만큼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 수십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누려왔던 ‘오일 권력’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전 세계 ‘에너지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시장 대변혁의 가장 큰 원인은 비전통 원유·가스의 부상이다. 셰일가스·오일은 오랜 시간 굳은 암석에 갇혀 있던 가스와 원유를 말한다. 과거에는 경제성이 낮아 방치돼 있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암석에서 채취하는 원유와 가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에너지전문 컨설팅회사인 PFC에너지에 따르면 2020년 셰일가스·오일이 미국 에너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스·원유 생산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호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캐나다의 샌드오일도 기존의 원유·가스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비전통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석유 메이저들은 또 더 멀고 더 깊은 바다에서 원유와 가스를 뽑아올리고 있다. 영국의 석유 컨설팅회사인 우드매켄지는 국제 석유회사의 절반 이상이 셰일가스·오일, 샌드오일, LNG, 원해 및 심해시추 등 네 가지 에너지원에 장기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셸은 과거 50 대 50이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非)OECD 투자 비중을 최근 70 대 30으로 바꿨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셰일가스 회사인 미국 XTO에너지를 인수하며 비전통 원유·가스 생산량을 90%나 늘렸다. 셰브론의 경우 미국 멕시코만, 서호주 연안, 서아프리카를 투자 집중 지역으로 선정했다. 향후 셰일오일·가스 생산량이 미국에 필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