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합격 스펙 쌓는데 3년간 3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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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2) 스펙의 늪
어학연수·금융 자격증…한자능력까지
부모가 비용 지원…소외계층은 박탈감
어학연수·금융 자격증…한자능력까지
부모가 비용 지원…소외계층은 박탈감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모씨(25)는 주변에서 ‘스펙 종결자’로 통한다. 1년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통해 다진 영어 실력에 중국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금융권 필수 자격증으로 불리는 펀드투자상담사(AFPK)와 국제재무설계사(CFP) 자격증까지 땄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시중은행 한 곳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그는 첫 출근을 앞두고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했던 탓에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후배들로부터 ‘선배 같은 스펙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편으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30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는 군대를 제대한 2008년 8월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1시간씩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몸풀기 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자격증(MOS)과 한자능력 자격증을 땄다. 여기에 200만원가량이 들었다. 2009년 9월부터 1년간은 미국 워싱턴주의 한 대학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최대한 아끼려고 했지만 항공료를 포함해 2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돌아와서는 AFPK와 CFP 자격증 취득 준비에 돌입했다. 속성 학원을 다니면서 6개월간 준비하는 데 든 비용은 300만원.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공부했던 중국어도 다시 시작했다. 1년6개월가량 중국어학원을 다니고 중국어능력시험(HSK) 5급을 땄다. 그는 “교재를 사고 시험을 치르는 데 다 합쳐서 400만원 정도가 든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이 정도 ‘스펙’을 쌓는 데 어림잡아 3400만원가량 들었다. 김씨는 “아무나 이 정도 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괜히 말을 꺼냈다가 ‘재수 없는 녀석’이라는 얘기를 들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돈이 없으면 스펙도 제대로 쌓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2개월 이상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서울 소재 대학생 5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명이 취업 전까지 사교육에 쓴 돈은 평균 1800만~2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수요가 적은 이공계나 사범계열을 제외하면 2500만원 수준으로 치솟는다.
대기업 취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가계 평균 소득은 월 678만원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스펙 쌓기에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최근 대형 시중은행 한 곳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그는 첫 출근을 앞두고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했던 탓에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후배들로부터 ‘선배 같은 스펙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편으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30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는 군대를 제대한 2008년 8월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1시간씩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몸풀기 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자격증(MOS)과 한자능력 자격증을 땄다. 여기에 200만원가량이 들었다. 2009년 9월부터 1년간은 미국 워싱턴주의 한 대학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최대한 아끼려고 했지만 항공료를 포함해 2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돌아와서는 AFPK와 CFP 자격증 취득 준비에 돌입했다. 속성 학원을 다니면서 6개월간 준비하는 데 든 비용은 300만원.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공부했던 중국어도 다시 시작했다. 1년6개월가량 중국어학원을 다니고 중국어능력시험(HSK) 5급을 땄다. 그는 “교재를 사고 시험을 치르는 데 다 합쳐서 400만원 정도가 든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이 정도 ‘스펙’을 쌓는 데 어림잡아 3400만원가량 들었다. 김씨는 “아무나 이 정도 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괜히 말을 꺼냈다가 ‘재수 없는 녀석’이라는 얘기를 들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돈이 없으면 스펙도 제대로 쌓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2개월 이상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서울 소재 대학생 5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명이 취업 전까지 사교육에 쓴 돈은 평균 1800만~2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수요가 적은 이공계나 사범계열을 제외하면 2500만원 수준으로 치솟는다.
대기업 취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가계 평균 소득은 월 678만원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스펙 쌓기에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