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지난 2년은 ‘골프 황제’로 복귀하기 위한 절제와 인내의 시간이었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 우승 14회, 미국 PGA투어 대회 우승 51회로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골프계를 호령했지만 지난 2년간 ‘종이 호랑이’로 전락해버렸다.

발단은 섹스 스캔들로 인한 가정불화였다. 우즈는 2009년 11월 초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1월 말 레이첼 우치텔과 불륜설이 터져나왔다. 스캔들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혼 위기에 처한 우즈는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그해 12월 “골프를 무기한 쉬겠다”고 선언했다.

우즈는 섹스중독 치료와 가족상담 치료 등 재활에 힘쓴 뒤 이듬해 3월 다시 골프 클럽을 잡았다. 잠정 활동 중단 이후 20주 만에 마스터스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공동 4위 그쳤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참가했지만 목에 통증을 느껴 중간에 기권했다. 메이저대회의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우즈는 지난해엔 US오픈에서 공동 4위에 그치더니 브리티시오픈(공동 23위)과 PGA챔피언십(공동 28위)에서는 맥빠진 플레이로 일관했다.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버린 그는 결국 그해 10월 세계랭킹 1위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게 내줬다.

올해는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중반부터 새로운 스윙코치 숀 폴리와 스윙 교정에 나섰지만 4월 마스터스대회에서 왼쪽 무릎과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고질적인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채 출전했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1라운드에서 기권하고 말았다. 이후 US오픈에 이어 브리티시오픈까지 참가하지 않았다. 13년간 영광을 함께했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결별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7월 말엔 11주 만에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면서 컨디션 회복을 자신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고 부활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우즈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달 호주에서였다. 우즈는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치러진 호주오픈에서 단독 3위에 오르며 부활의 희망가를 울렸고 결국 셰브론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하며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