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개미가 쏟아낸 종목 이삭줍기로 "심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이벤트를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섰다. 5일 코스피지수는 0.36%(6.86포인트) 오른 1922.90에 장을 마쳤다. 장중 변동폭은 17.57포인트에 불과했다.

주요 투자주체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5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 6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8일째 순매수세를 이어갔고, 개인은 6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다.

11월 이후 국내 증시는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 유럽 재정위기 전염 가능성으로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하향 이탈하면서 기관과 개인은 상반된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개인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관은 연말 배당효과 등을 겨냥해 주식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기관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2조8594억원에 달한다. 지난주 G2(미국 중국)에서 날아든 호재로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기관이 먼저 웃었다.

기관들은 지난달 25일 이후 삼성전자 9785억원어치를 비롯해 금호석유 포스코 LG전자 OCI 삼성전기 현대제철 삼성SDI 현대중공업 호남석유 등을 쓸어담았다. 이후 대부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기관이 사들인 종목은 미국 경기 회복과 중국 정책 모멘텀, 유럽 재정위기 완화 등의 수혜가 기대되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화학 등 경기 민감 업종이다.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개인들이 쏟아낸 매물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기관 수익률만큼의 평가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하순부터는 외국인이 대량 프로그램 매수세를 앞세워 코스피지수를 견인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누적 순매수 금액은 933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추가 매수세 유입은 제한적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연기금 등 일부 투자주체의 매수 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연말 랠리의 키는 기관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에서 희소식이 들려올 경우 기관들은 실탄을 추가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8일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9일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마지막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 선물·옵션, 개별 주식 선물·옵션 만기일)인 8일을 어떻게 넘기느냐도 연말 증시의 관건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