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불고 있는 ‘부자 증세’에 대해 여야 경제통 의원들은 당에 따라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나성린, 이한구 의원 등 한나라당 경제통은 고소득자 세금 인상에 부정적인 반면, 민주당의 경제통인 이용섭 의원은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나 배당소득세 중과 등 자본소득 과세에 대해선 나성린 이한구 의원이 찬성했고, 이용섭 의원은 반대했다.

◆“벌칙성”“노블레스 오블리주”

한나라당 경제통 의원들은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 “벌칙성 세금의 성격이 짙다”고 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로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세율과 세금 납부액을 혼동하면 안 된다”며 “소득이 증가하면 같은 세율이라도 납부액은 많아지며, 따라서 이 같은 이유로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소득세율을 0(과표기준 연소득 1800만원 이하)~35%(연소득 8800만원 초과)로 차등적으로 매기고 있는데, 여기에 고소득자만 따로 떼어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건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것을 핑계로 한 ‘벌칙’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 박사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과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역임한 이한구 의원은 “소득세는 근로에 기반하는데, 벌칙성 세금을 매기면 누가 일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부자가 세금을 더 내는 건 맞지만, 사회적 합의도 없이 양극화가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일하며 돈을 버는 계층에 일방적으로 세금을 더 요구한다면 국가 전체의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나·이 의원은 “공평과세가 문제라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일을 처리할 게 아니라 세제 전반의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며 “특히 내년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증세를 한다면 경제에 악영향이 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부 세제실장과 국세청장, 관세청장,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지낸 이용섭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자가 높은 세율을 통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90조원 정도의 부자감세로 조세부담률이 2007년 21%에서 작년 19.3%로 떨어지면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됐다”며 “당연히 소득과세를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프리드먼 교수가 ‘미국이 망한다면 그것은 사회양극화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도 사회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소득층 1%에 대한 소득세율 40%를 새로 부과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자본소득 과세”“금융시장 위축”

주식 매매 차익에 양도세를 신설하고, 배당소득세를 늘리자는 ‘버핏세’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반대로 움직였다. 나성린·이한구 의원이 찬성했고, 이용섭 의원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 의원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세제보다는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재산세의 과표기준도 현실화하며, 골동품과 서화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지하경제의 자본소득 중 20%만 과세된다는 자료가 있는데,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해서 분풀이를 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며 “이러한 방향의 종합적인 세제 개편은 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충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바람에 쫓겨 서둘러 매듭짓지 말고 내년 총선이나 대선 공약으로 정리해 국민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의원은 과세 중복이나 금융시장 위축 우려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 의원은 “이미 대주주와 법인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엔 없는 증권거래세를 내고 있어 (주식양도세가 부과될 경우) 이중과세가 되며 각종 세금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사회양극화가 심각해 조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하자는 건데, 자본소득 과세보다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후/허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