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공제 조금 더 받으려면 '체크카드' 이용금액 클땐  혜택 많은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쓰면 신용카드보다 연말 정산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누구에게든, 결제 금액이 얼마든 항상 적용될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다음에 제시한 네 가지 사례 가운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쓸 때 연말 정산에 더 유리한 경우는 어떤 것일까.

△연봉 3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500만원 사용 △연봉 4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1000만원 사용 △연봉 4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2500만원 사용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3000만원 사용. 예상했겠지만 그 어떤 경우도 체크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세금 헤택을 ‘추가로’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현금 대신 카드를 결제할 때 정부가 주는 세제혜택에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 소득공제 기준 정확히 알아야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카드 이용금액에 대해 신용카드는 20%까지,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는 25%까지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이런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연말 정산에 유리하게 한답시고 무작정 카드를 긁었다가 ‘헛심’만 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단 한 푼이라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최소 금액이다. 최소 사용한도는 총급여의 25%. 다시 말해 연봉이 3000만원인 사람은 750만원, 연봉이 4000만원인 사람은 1000만원 이상 사용해야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앞서 설명했던 첫 번째 사례와 두 번째 사례는 최소 사용금액 기준에 미달해 아무런 세제혜택이 없다. 최소 사용금액 한도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나 똑같다. 그러니 체크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연말정산에 보탬이 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카드로 연봉의 25%는 써야

연봉이 4000만원일 때 1000만원 이상 사용하면 그때부터 체크카드가 유리해진다. 1500만원을 체크카드로 쓰면 신용카드로 쓸 때보다 3만7500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체크카드를 썼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모두 179만5000원이고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183만2500원이다.(근로소득 세액공제는 현행 2011년의 규정을 적용하고 다른 소득은 없는 것으로 가정. 산출세액을 계산하기 위한 종합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제외하고 400만원으로 일정하게 공제받는다고 가정)

카드 사용금액이 2000만원이라면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7만5000원을 더 연말에 환급을 받는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썼을 때 각각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160만7500원과 168만2500원이다.
연말공제 조금 더 받으려면 '체크카드' 이용금액 클땐  혜택 많은 '신용카드'
○ ‘300만원 한도로’라는 함정

하지만 연봉이 4000만원인 근로자가 카드로 2500만원을 쓰면 어떻게 될까. 차이가 없다. 체크카드를 쓰든 신용카드를 쓰든 정부는 한 푼도 세금을 ‘더’ 돌려주지 않는다. 비밀은 ‘300만원 한도로’라는 말 속에 숨어 있다. 4000만원의 25%인 1000만원 이상 사용금액은 1500만원이다. 이 돈에 대해 카드 소득공제가 이뤄진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공제금액은 각각 300만원과 375만원이다. 하지만 공제한도는 모두 300만원이다. 체크카드 대상 공제금액이 375만원이더라도 300만원까지만 세제혜택이 있다.

체크카드든 신용카드든 카드 사용금액이 자신 연봉의 25%에 1200만원을 더한 금액을 초과하는 순간 세제혜택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연봉이 6000만원이라면 연봉의 25%인 1500만원에 1200만원을 합친 2700만원까지가 연말정산에 의미를 만들어낸다. 연봉이 3500만원이라면 2075만원, 연봉이 4500만원이라면 2325만원 이상 사용할 경우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세제혜택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부의 체크카드 우대 정책에 의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의 연말 소득공제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고 기획재정부도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신용카드는 가만히 두고 직불형 카드 이용금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 비율을 30%까지 늘려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금융당국이 거론하는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 우대 정책은 실효성에 크게 의심이 간다.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한 체크카드를 아무리 많이 써도 세제 혜택을 추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많아야 10만원 정도에 불과한 세금을 돌려받겠다고 체크카드를 쓰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혜택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봉이 3500만원이고 카드금액이 2000만원일 때 신용카드 공제금액은 225만원, 체크카드는 281만원이다. 이때 돌려받는 세금을 따져보면 8만4000원 정도다.

언뜻 보면 상당한 금액같아 보이지만 신용카드의 각종 서비스를 고려하면 체크카드가 더 이익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한 해에 2000만원을 카드로 쓰기 위해서는 한 달에 165만원 상당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 금액을 신용카드로 쓰면 매월 3만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인받는다. 아파트 관리비 카드를 만들어 40만~50만원만 써도 1만원이 깎인다. 통신비나 쇼핑 학원 등도 마찬가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어떤 카드를 쓰더라도 사용액이 40만원 정도면 소비자에게 1만원 정도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 1만~2만원 하는 연회비를 감안해도 한 해에 30만원 이상 남긴다는 얘기다. 체크카드도 여러 혜택을 주지만 신용카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카드회사들은 체크카드 이용자들이 할부로 이자를 쓰거나 카드론 등을 하지 않아 매출에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불카드는 아예 혜택이 전무하다.

물론 체크카드 사용을 연말 소득공제 혜택 차원에서만 볼 수는 없다. 신용카드는 당장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지만 체크카드를 쓰면 은행 잔액에 남아 있는 돈만큼만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한 시중은행 세무사는 “체크카드가 소득공제를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별다른 계획 없이 쓰다 보면 원하는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신용카드의 각종 혜택만 포기할 수도 있다”며 “세금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