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위협을 느낀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 선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르면 이달중 노후된 F-4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할 예정이다. F-4는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던 1970년대에 도입된 항공자위대의 주력기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되는 전투기는 40∼60대 규모로, 도입 비용만 40억 달러(4조50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전투기 구입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군비 지출을 943억 달러로 12.7% 늘리는 등 여러 면에서 일본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방 예산은 지난 10년간 줄어들어 올해는 590억 달러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지진 복구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투기 후보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 라이트닝Ⅱ와 미 보잉사의 F-18 슈퍼호넷,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3개 기종이다.

일본은 최신 기종인 F-35를 선호하고 있지만 예산 사정을 고려할 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F-18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F-35는 대당 1억 달러가 넘지만 F-18은 주문량에 따라 그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가격 문제를 넘어 일본의 군사 항공 산업과 기술 육성을 위해 전투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느냐도 기종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록히드 마틴은 일본 정부에 F-35를 구입할 경우 최종 조립을 일본에서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제조권 이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잉사는 일본에 제조권을 85%까지 보장하겠다는 뜻을 비추고 있고 EADS의 주요 멤버인 BAE 시스템스는 95%까지 현지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치카와 야스오(一川保夫) 방위상은 “최우선 기준은 성능이지만 먼저 재무성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일단 4대 도입에 1억7580만 달러(1980억원)의 예산 책정을 준비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