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 6월 말 선보인 스페인 와인 ‘1492’. 이 회사의 신근중 바이어가 현지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 상품 컨셉트를 제안하고 와인병에 부착하는 라벨까지 직접 디자인한 와인이다. 하지만 이 와인은 이마트가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들여오는 ‘해외 직소싱’ 상품과는 수입 루트가 다르다. 와인 수입업체인 길진인터내셔날이 수입을 대행해 이마트 점포에 공급한다.

홈플러스가 지난 5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모회사 영국 테스코의 자체상표(PB) 와인 ‘파이니스트’도 마찬가지다. 완구 가공식품 등 테스코 일반 PB상품은 홈플러스가 직수입해 판매하지만, 이 와인은 홈플러스 협력업체인 수입업체 인터와인이 들여오고 도매업체인 극동와인의 유통망을 통해 홈플러스 점포에 배송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형마트들이 와인을 직접 수입할 수 있는 ‘주류수입면허’를 받지 못해서다. 주세법은 한 업체가 주류 수입업과 도·소매업을 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지에서 직접 계약한 와인을 중간 유통단계를 거쳐 받다 보니 직소싱 상품에 비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지난 4일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주류 수입업자의 ‘겸업 금지’와 ‘소비자 직판 금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와인 맥주 위스키 등을 직접 들여와 판매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주류 수입면허 조건 검토에 착수하거나 국세청에 수입 면허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문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법률 개정 취지가 와인의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추는 데 있는 만큼 직소싱 능력과 유통 투명성을 갖춘 소매업체들의 직수입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수입해 자체 물류망을 활용해 유통한다면 판매가격을 10~20%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겸업금지 해제 방침을 발표했지만 아직 개정 방향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개정안이 온 이후에야 허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